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0)꿈 이야기

<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0)꿈 이야기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렇다면 저 공양주보살은 분명 실성을 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지 할머니는 ‘이거! 참 큰일이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어허! 우리 공양주보살님이 오늘 아침 실성을 했나보네 그랴! 새로 장육전 불사를 한다고 계파선사님이 백일기도를 드린다고 그러시더니 고생을 많이 한 탓에 우리 공양주보살님이 아주 실성을 했어. 그랴!”

“아닙니다. 대시주자님이시여!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 장육전을 새로 짓게 시주를 해주시옵소서!”

공양주보살이 엎드려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거지 할머니가 설마 하고 공양주보살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실성한 것도 아니고 또 농담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는 것만 같았다.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었다. 돌다리 밑 거지 움막집에서 겨우 한 몸뚱이 죽을 날만 바라보고 사는데 이렇게 크나큰 대 시주를 부탁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공양주보살님, 이 불쌍한 늙은 거지에게 진짜로 그 큰 시주를 부탁하는 것인가요?”

공양주보살이 하도 집요하게 시주를 부탁하자 거지 할머니가 정말인가 하고 엉겁결에 확인하듯 말했다.

“그렇다마다요! 할머니, 내가 왜 거짓을 말하겠어요. 내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요.”

공양주보살이 그렇게 말하더니 일어나 길가에 앉았다. 그러더니 거지 할머니에게 자신이 장육전 중건 불사의 화주로 선택된 내력과 어젯밤 대웅전에서 밤새 기도를 드리다가 잠깐 졸았을 때 머리가 허연 노인이 꿈에 나타나 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공양주보살의 신이한 이야기를 귀담아들은 거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공양주보살님 덕분에 내가 절에 가서 밥도 얻어먹고, 맛난 과일도 얻어먹고, 이렇게 늙은 몸을 홀로 지탱하고 잘 살아왔는데 그 은공을 생각하면 내 장육전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무엇인들 해주지 못하겠어요. 다만 내 이 가난을 한탄할 뿐이라오.”

“할머니! 나는 어젯밤 꿈에 머리가 허연 노인이 나타나 무조건 오늘 길을 가다가 맨 처음 만난 사람을 붙잡고 장육전 시주를 부탁하라고 하여 그렇게 한 것뿐이랍니다. 할머니!”

공양주보살이 말했다.

“부처님도 무심하시지! 왜 나 같은 땡전 한 푼 없는 병든 거지를 맨 처음 만나는 사람이 되게 하여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부탁하라 했나요. 내가 젊었을 때는 술과 도박과 계집을 좋아했던 우리 아버지 탓으로 집안이 다 망해서 가난한 늙은 남편에게 팔려 시집가서 아이 일곱을 낳고 살았는데 전염병이 돌아서 다 죽어가고 나 혼자 이렇게 살아남아 말년에는 천덕꾸러기 거지가 되고 말았지요. 의지가지없는 거지가 되어서 하도 배가 고파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밥을 뒤지다가 주인에게 발각되어 붙잡혀 맞아 죽을 것을 그 동네 앞을 지나가던 어느 늙은 스님이 불쌍한 거지를 그리 때리지 말라고 말려주어 살았지요. 그때 그 늙은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도 내 가슴에 잊지 않고 있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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