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웅 글/ 김복룡 그림

솔직히 사람이란 이기적 동물 아니어요. 뿐 만 아니라 누구나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 맞죠. 확 부러지게 말하면 기득권을 남 보다 먼저 따내, 그 것을 누리며 살고 싶은 게야요. 그래서 치마 바람을 일으키며, 그 난리를 쳐서라도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려 안간힘을 쓰는 것 아니겠어요!
참 어렵게도 말씀하시네요. 그냥, 보통 사람들은 떵떵거리며 남을 부리고, 돈 많이 벌어서, 여덟 팔자 걸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이 말씀 아니어요? 시방.
그래그래 바로 그 말이지요.
그런데, 의사 다음으로 안정된 직장이라는 약사를 버리고 정보 기술 분야 프로그래머로 나선 녀석이 있거든요. 이해되세요?
머리가 헷가닥 돈 녀석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비엔날레 같은 사연이 있겠지요.
“비트컴퓨터에서 약사 출신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결심했지요. 수 많은 도전과 경쟁이 있는 곳에서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 봐요. 내가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제일 많이 듣고, 또 듣기 싫은 이야기가 ‘돈 많이 벌고 편한 약사 계속하지, 왜 힘들고 어려운 이 길을 택했냐’는 말입니다. 언젠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이 약사 출신이었데’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참 애 터진 녀석이군요.’ 이렇게 잘라 말하기에는 뭔가 캥기는 게 있는 녀석이군요. 어떻게 된 녀석인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없어요?
인터넷 포털 하나로 드림(www.hanafos.com)의 CRM기술팀 김대호씨(27)는 경북대 약대를 졸업한 뒤, 한 종합병원 약제실에서 잘 나가는 약사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가운을 벗어 던지고 정보기술(IT) 분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변신한 2001년은 미친 듯 불던 정보기술 열풍도 잠잠해지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욱 머리가 혼란스럽군요. 하지만 한 가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반드시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군요. 일테면 돈이나 편안함 이상의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높은 삶이 있을 거라는 그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삶’ 이런 걸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피시 통신 나우누리에 있는 컴퓨터 동아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홈페이지 만들기 등을 하면서 이쪽 방면에 대한 애착을 키워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막상 변신을 하고 보니,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서울도 낯선데다가, 비전공자가 느낄 수밖에 없는 기술적·논리적 한계도 있었고, 그래서 남들이 퇴근할 때 혼자 남아 개발하던 작업을 계속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에서 모자라는 부분에 대한 강의를 계속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편한 삶, 돈 많이 버는 삶을 버리고 힘든 삶을 일부러 택한 거군요.
“입사하여 제가 처음 맡은 일은 의약품 정보를 집대성한 드럭인포(www.druginfo.co.kr)라는 사이트 개발과 약품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하나로 드림으로 넘어와서 인터넷을 통한 고객관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통해 인간이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좀더 벗어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 많은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경쟁이 있는 곳에서 인생을 걸고 싶다’는 그의 진의를 알 것도 같아요.
“솔직히 약사 시절의 높은 연봉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그립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길에 서 있다는 가슴 뿌듯함과 주변에 있는 젊은 동료들의 열정이 저를 지켜주는 힘이 됩니다.”
이런 고백을 듣고 있노라니, 그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진정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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