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법 통과와 ‘광주교육회의’

최영태(전 전남대 인문대학장·교무처장)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지만, 교육계가 오랫동안 요구했던 기구이기도 했다. 이 기구는 국가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춤을 추거나 좌충우돌하는 것을 막고,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중립적인 방향에서 교육정책을 입안, 집행하기 위해 책무를 갖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법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

국가교육위원회법은 부칙을 통해 법의 시행시기를 법 공포 후 1년 뒤로 했다. 법의 시행시기를 통과 시점으로부터 1년가량 늦춘 것은 국가교육위원회가 현 정부의 어용 기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반대여론을 고려해서였다. 내년 대통령 선거 후로 시행시기를 늦추는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법안 통과를 감행한 집권 여당의 태도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교육정책의 큰 방향은 중앙정부(교육부)가 결정하지만, 시·도 교육청 차원의 교육정책도 초중등학생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육자치가 실시된 이후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지역 단위 교육청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의 교육정책이 교육감 한 개인이나 특정 단체들에 의해 너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또 지역 교육정책이 학생, 교직원, 학부모, 교사단체, 지자체 등 다양한 교육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필자는 2018년 광주광역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때 ‘광주교육회의’의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위원은 초중고 교장단 대표, 유치원 운영자 대표, 교사단체 대표, 행정직 대표, 학부모 대표, 교육운동 단체 대표, 사립학교 대표, 교육학자, 언론계 인사 등 각 단위에서 독립성을 가진 인사들 20명 내외로 구성하자고 했다. 교육감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교육 주체들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사들로 구성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이 기구에서 광주교육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면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지역 단위에서도 교육 주체들 사이에 교육의 방향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상당하다. 예를 들면 ‘실력 광주’와 ‘인성 문제’ 등 교육의 기본 방향 및 철학을 둘러싸고 교육단체들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교육청은 사립학교 재단과 인사권 문제 등을 놓고 10여 년 동안 대립하고 있다. 교사와 행정직 사이에, 그리고 행정직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업무 및 이해관계 충돌이 증가하고 있다.

광주교육회의가 구성된다면 이런 현안들을 비롯하여 주요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필요하면 시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육의 문제를 학교 밖 인사들에게 묻는 게 합리적이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교육회의의 구성 멤버 중 다수가 교육 주체들로 구성된다면 그런 염려는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교육문제 중에는 교육청이나 학교 안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도 많다. 예를 들면 돌봄교실, 대안학교, 청소년 관련 수련시설, 학생지도 분야 등은 광주시·경찰청과 교육청 사이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어떤 부분은 중첩되고 어떤 부분은 방치되고, 어떤 부분은 충돌적이다. 교육청과 대학도 입시정책과 고교학점제 등에서 협력해야 할 내용이 많다. 필자가 교육청, 광주시, 대학을 묶는 ‘통합교육추진단’의 설립을 제안한 이유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는 교육계에도 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또 코로나 19 사태는 비대면 강의 대비책과 함께 학력 저하와 소득 간 학력 격차 등 부정적 상황을 많이 안겨주었다. 한마디로 교육계에 유례없이 큰 과제를 줬다. 교육 가족 간의 단결과 협력은 물론이요, 교육청과 학교 밖 사이의 협력도 많이 요구된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으로 이끌 리더십도 필요하다. 지역 단위에 광주교육회의 같은 협의기구가 만들어지면 이런 상황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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