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지구촌 곳곳이 극심한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인도, 이라크 등지에서 잇따라 심각한 폭염으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고, 산불이 발생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CNN은 이를 보도하면서‘기후변화가 북반구를 불태우고 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폭염 피해가 발생한 곳 중 하나인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일주일간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의 3배가 사망했는데, 많은 수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곳에 사는 노령층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보통 장마가 끝난 후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지배하는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기온이 연중 가장 높고, 폭염특보도 가장 많이 발표된다. 기상재해 중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에 의한 사망자 비율보다 폭염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 폭염을‘침묵의 살인자’라고 하기도 한다. 침묵의 살인자에 의한 피해는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가지고 있음을 각종 보고서의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2020 폭염영향 보고서(한국환경정책·평가원구원)에 의하면 전남은 국내에서도 폭염 발생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5년(2014~2018년) 평균 온열질환자 발생률이 만 명당 12.1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온열질환자 발생률이 가장 낮은 경기도(만 명당 3.3명)의 약 4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전국 온열질환자들의 발생 형태는 연령, 노동형태, 소득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데, 전남의 온열질환자는 65세 이상의 고령층 비율이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야외노동자와 저소득층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의 폭염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음을 고려해본다면 폭염 피해 역시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주 광주에 첫 폭염이 나타났고, 더위는 우리가 겪은 무서웠던 2018년 여름을 생각나게 한다. 2018년 광주는 최고기온이 38.5℃까지 올라가는 기록을 세웠다.

무더운 여름이 오는 것을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기에 폭염은 예고된 재난이다. 하지만 태풍 및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와는 달리 즉각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와 사회안전망을 통해 사전대비가 가능하다.

기상청의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로 건강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염에 취약한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같은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사회공동체 모두의 관심으로 뜨거워진 지구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막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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