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석(전남도의원·비례)

2019년 수도권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2020년)에 따르면 최근의 인구변동요인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도권 인구 수 역전 현상은 207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8만8천명으로 2006년(11만1천700명)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20대 청년층(8만 1천명)들로 나타났다.

배울 곳도, 일할 곳도 모두 수도권에 쏠려 있는 현실에서 사실 상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이 돼야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더뎌질 것이며,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청년 정책에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지방소멸 위기는 청년층 유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어도 갈수록 고착화 돼가는 지방 청년층 인구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 가까이인 105개가 앞으로 30년 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이렇듯 요즈음 지방과 청년의 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참담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2018년 목포에 만들어진 ‘괜찮아마을’이 큰 화제가 되었다.

‘괜찮아마을’은 우연한 기회에 목포의 옛 여관 건물을 20년 간 무상 임대해 주겠다는 한 시인의 제안으로 대도시 청년들이 전남 목포로 이주해오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공간 모델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2018년 5월 행정안전부의 ‘시민 주도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 용역에 선정되면서 ‘괜찮아마을’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괜찮아마을’은 참가자들이 목포 원도심 거리의 비어있는 공간들을 활용해 함께 살아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6주 지역 살이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코스 일정과 방문목적에 따라 ‘일간’, ‘주간’ 프로그램을 추가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07명이 참가했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도 현재 30여명의 청년들이 창업·취업하거나 크리에이터로 일하며 목포에 정착했다고 한다. 실제로 ‘괜찮아마을’ 프로그램 이후 목포 원도심에는 이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워킹스페이스 등의 공유공간, 식당 등이 새로 생겨나며 원도심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괜찮아마을’이 정말로 ‘마을’이 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괜찮아마을’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청년마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청년마을 지원사업은 ‘지방소멸’ 위험 지역 등에서 청년들이 교육·체험·창업·거주 공간을 꾸리고 정착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청년마을 사업의 핵심은 청년들이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지역 특색과 연계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한다는 데에 있다. 청년들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공간, 창업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그들만의 재미있고 톡톡 튀는 콘텐츠를 지역특산물, 전통사업 등과 연계하여 훌륭한 창업 아이템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또한 주민들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렇듯 청년마을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를 통해 지역 활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소멸 정책 방향을 잡는 대안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물론, 지방과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해소할 정책들은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청년마을 정책만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청년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 쌓이고 다른 마을에도 퍼져나가다 보면 지방소멸 해소의 작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청년마을과 같은 사업이 전국에 효과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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