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서 롯데택배노동자 숨져…“폭염에 13시간 일해”

노동계 “새벽에 출근해 분류 작업에 배송까지”

고혈압 등 신장 관련 지병 있었던 것 알려져

사측 “노동계 주장 사실과 크게 달라”반박

여수 택배노동자 선전전/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제공
전남 여수에서 롯데택배노동자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직후 돌연 숨졌다.

29일 여수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27일 오후 7시 30분께 여수시 선원동 한 아파트에서 김모(54)씨가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숨진 김씨는 이날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나와 거실에서 쓰려졌다.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병원에서 밝힌 직접적 사인은 급성 폐부종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김씨는 롯데텍배 신여천대리점 소속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6시 10분에 출근해 낮 12시 30분까지 이른바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에 투입됐다.

분류작업을 미친 이후부터는 배송작업에 나섰다. 김씨는 시골지역인 여수 율촌면을 담당했다. 하루 250건~300건 정도의 물량을 처리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했다.

경찰은 김씨의 사인이 “고혈압과 만성신부전증 등 신장 관련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는 김씨의 죽음이 업무 과중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여수시지부 한 관계자는 “김씨는 오전 6시 10분에 현장에 도착한 후 6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분류작업을 실시해 왔다”면서 “이후 배송이 완료되는 오후 7시까지 모든 과정을 노동자들이 전담해 하루 13시간씩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숨진 김씨는 율촌 지역을 맡았는데, 하루 250~300건 정도의 물량을 처리하는 고강도 노동에 내몰렸다”며 “도심지역 아파트 같은 경우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지만 시골 지역에서 300여건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숨 돌릴 시간도 없이 쉼 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시지부는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장시간 노동에 내몰렸고, 급기야 숨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롯데택배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분류인력 투입도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내용으로 이날 오전 11시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예정된 시간을 30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롯데택배 대리점 측은 남도일보와 통화에서 “노동계의 주장과 달리 고인은 지병으로 인해 일주일에 3번 오전 11시 30분에 출근했고, 다른 날은 사측에서 분류작업을 했다”며 “배송 수량도 일 평균 150개 미만이고 오후 6시께 퇴근하는 등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근무도 강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1년 6개월 정도 근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 소속 전국택배노조 여수지회는 지난 4월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루 2차례 배송하는 곳은 여수뿐이다”며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노조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여수터미널이 비좁아 택배 차량 125대 중 54대만 접안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 2~3차례 배송이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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