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두륜산 장춘계곡서 무더위 날려
달마산 둘레길 등 산책 즐거움 ‘UP’
땅끝마을 드라이브로 지친 마음 힐링
닭요리 풀코스로 허기진 배 꽉꽉 채워

 

시원하게 탁 트인 다도해를 친구삼아 우뚝 서있는 해남 달마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힐링으로 대표되는 해남군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해남군 제공

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여름.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치기 쉽상이다. 쉴 곳을 찾아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민의 시작도 이때부터 본격화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해야 할지’ 등등 그 깊이를 모를 고민들이 줄지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경을 담고 있는 해남군이라면 이 고민을 쉽게 해결해 줄듯 하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군은 동쪽으로는 강진, 북쪽으로는 영암과 목포,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동쪽으로는 완도, 남서쪽으로는 진도를 접하고 있는 그야말로 전남의 중심지이자 숨겨진 힐링의 공간이어서다.

다도해를 배경 삼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입속 즐거움을 만낏한 다양한 먹거리는 물론 일상에 다친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 줄 다채로운 눈요깃꺼리들로 넘쳐난다. 이곳저곳 다니다 지친다 싶으면 얼른 차를 타고 시원한 바람 내음을 마시며 드라이브를 즐기면 그만이다.

자연이 내어주는 위로를 밑거름 삼아 마음속 면역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넉넉한 전라도 인심까지 듬뿍 담고 있는 해남 만의 ‘향기’를 마음껏 맡고 즐겼으면 한다.
 

잔잔히 흐르는 두륜산 계곡물에 발을 살짝 담그고 있으면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도 한 수 접고 물러날 듯 싶다. /해남군 제공
두륜산 천년 숲길을 걸으며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 마시며 힐링을 취할 수 있다. /해남군 제공

◇‘산림욕 더하기 물놀이’

백두산의 영맥이 지리산을 거쳐 한반도의 최남단에 이르러 융기한 곳이 두륜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천년고찰 대흥사를 간직한 영산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유적과 암자가 산재해 있어 산행 명소로도 꼽힌다. 특히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첫손가락 꼽을 정도로 절경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두륜산 정상은 완도와 진도, 맑은 날이면 멀리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

두륜산에는 한라산이 자생지로 알려진 왕벚나무(천연기념물 173호)를 비롯해 동백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차나무 등 11과 837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암터의 천년수(千年樹)는 2018년 전남도 정도 천년을 상징하는 천년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두륜산이 시작되는 곳은 장춘숲길이다. 약 4㎞, 십리숲길이라고도 부르는 장춘숲길은 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푸르고 꽃이 피어 언제나 봄 같다 하여 장춘이라 하며 난대림과 계곡이 어우러져 있다.

숲길 안쪽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삼나무와 측백나무, 동백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계곡 위로 목조 다리 등도 조성돼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다양한 식물이 원시림을 이룬 숲길을 걷다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흥사가 길 끝에서 반겨준다. 국보 308호 북미륵암 마애좌불을 비롯해 천년수, 일지암, 남미륵암 등 갖가지 전설을 간직한 유적도 만날 수 있다.

장춘숲길을 따라 장춘계곡이 흐른다. 계곡의 물줄기 위로는 9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두륜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대흥팔경 중 1경으로 꼽히는 구곡유수(九曲流水)는 사철 개화성춘하는 동백나무와 울창한 숲 사이로 아홉개 계곡과 아홉개 다리(九曲九橋)를 지나 흐르는 계곡물을 뜻한다. 계곡에 들어서면 주변 온도보다 3~4도 가량 낮아지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무성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산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계곡물은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청량하다. 장춘계곡은 인위적인 물놀이 시설이 있거나 편의시설이 구비된 곳은 아니다. 구곡구유의 숨겨진 모퉁이마다 오순도순 자리를 마련하고 정담을 즐기는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주로 찾는다. 장춘계곡이 본연의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다.

맑은 물소리에 내 마음을 비우고, 녹음의 생명력으로 다시 채우는 곳, 두륜산의 여름이 깊어간다.

달마고도 둘레길을 하나 하나 걷고 있으면 바로 옆 다도해가 그려놓은 절경을 덤으로 즐길수 있다. /해남군 제공
달마고도 산책로 길 곳곳에 기암괴석이 자리하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해남군 제공

◇해남 달마산 둘레길

달마고도 남도명품길 달마고도는 빼어난 산세와 다도해의 절경이 어우러진 해남 달마산에 조성된 17.74㎞의 둘레길이다.

본래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돌 하나하나를 지게로 날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 공룡의 등뼈같은 바위암릉이 끝도없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다도해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땅끝 사람들이 장에 가기 위해 넘었던 옛길이자 달마산 12개 암자를 잇는 수행의 길을 새로 단장해 2017년 11월 개통했다.

4코스로 이뤄진 달마고도는 매 구간마다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비롯해 바위 무더기가 흘러내린 너덜겅, 고목이 울창한 숲길,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등 걷기 여행의 묘미가 가득해 개통이후 전국의 트레킹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땅끝의 아름다운 생태가 그대로 살아있고, 미황사를 비롯한 달마산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순례길인 산티아고에 비견되고 있다.
 

해남군이 자랑하는 4est수목원은 수국 등 약 1천 40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해남군 제공

◇4est수목원

해남군 현산면 봉동마을에 위치한 4est수목원은 6만여평 숲을 따라 1천4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있다. 인문학과 수목원의 만남을 주제로 동서양의 철학적 이상향이 담긴 소정원들이 다채롭게 조성되어 있다.

특히 200여종, 8천여 그루를 식재한 수국정원은 국내최대 규모로, 계절별로 봄 분홍꽃축제, 여름 수국축제, 가을팜파스그라스축제, 겨울 얼음축제 등도 개최하고 있다.

다만 지난 집중호우로 인해 7월말까지 복구작업을 진행 중으로 여름철 명소인 수국정원은 더 이상 보기가 어렵다. 9월께 재개장 할 예정이다. 8월부터 카페 이용객들에 한해 무료로 수목원을 이용할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This is yours(이것은 당신의 것)’라고 크게 적힌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순간 이 수목원의 아름다움이 모두 내 것인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나무에 달린 그네도 있고, 트리하우스와 돌다리도 있어 숲길을 걷는데 재미를 더해준다.

코로나 이후 주목받고 있는 매력적인 야외 관광지로, 2021년에 방문해야 할 12개 명품 숲 및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지사가 주관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 육성사업 공모 대상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남땅끝마을에서 북평, 북일면을 잇는 해변도로를 달리다 마주친 목포구등대가 해남 바다와 어우러지며 해외에서나 느낄만한 이국적인 절경을 자아내고 있다. /해남군 제공
땅끝마을 드라이브 여행길에 저무는 석양을 앞에두고 해남 바다가 붉게 물들며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고천암호·땅끝마을 드라이브 여행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드넓은 간척지와 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고천암호는 매년 겨울이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다.

또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약 3㎞ 거리에 165만㎡에 달하는 광활한 갈대밭은 자연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자전거길 명소로 알려져 있다.

고천암에 위치한 자연생태공원은 바닥분수가 있는 에코센터, 철새와 고천암호의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조류관찰센터와 조류탐조대, 고천암호 갈대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갈대탐방로, 자전거족을 위한 에코트레킹 쉼터가 고천암호를 둘러 조성돼 있다.

한반도의 남쪽 끝자락 대륙의 시작인 땅끝마을. 땅끝마을에서 북평, 북일면을 잇는 해변도로도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다. 서해의 섬과 오가는 고깃배, 노을 물드는 바다 등 그림같은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한자리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해남의 또다른 땅끝인 화원면의 월래 해안은 1908년 축조된 목포구(木浦口) 등대를 배경으로 서해 바다의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해넘이 명소로 꼽히고 있다.

2003년에는 높이 36.5m, 국내에서 가장 큰 등대인 새로운 등대가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길잡이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95년간 육지의 관문인 목포구의 이정표가 되어온 등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180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 바다위로 펼쳐지는 낙조를 일년내내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남팔경의 하나인 주광낙조(周光落照)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도로가 어우러져 사진 동호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남에서 즐거운 여행을 마친 후 허기진 배를 채워 줄 해남 대표 먹거리인 닭요리 코스를 즐길 차례다. 백숙부터 매콤한 양념구이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 /해남군 제공

◇금강산도 식후경

해남읍에서 삼산면을 넘어가는 돌고개를 중심으로 닭·오리 요리 전문점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여름철 더위를 극복하는데 닭은 안성맞춤. 이곳에서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즐길 수 있는 닭 요리의 결정판, 닭 코스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가슴살을 저며낸 육회, 붉은 양념으로 볶아낸 닭 불고기, 오븐에 구운 바삭한 닭 구이, 한약재를 넣고 푹 삶은 보양백숙, 깔끔한 닭죽까지 5가지 요리를 차례로 맛볼 수 있다.

작은 삼계닭이 아니라 제대로 키운 시골닭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요리이다. 1970년대 닭백숙을 팔던 작은 음식점에서 유래되어 지금은 9곳 정도의 닭·오리 전문점들이 밀집해 해남을 대표하는 맛으로 자리잡았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유명한 갯장어(하모)도 추천한다. 갯장어는 6월말부터 9월초까지 남해바다에서 잡히며 다른 장어류에 비해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 별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해남 갯장어는 찰진 갯벌과 조수간만의 차가 큰 땅끝바다의 영향으로 육질이 단단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꼽히고 있다.

갯장어는 회와 샤브샤브, 구이 등 여러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해남 갯장어는 주낙만을 이용해 잡고 산지에서 전량 소비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해남군이 주력 상품으로 육성중인 대표 먹거리인 ‘고구마빵’, ‘감자빵’ 역시 인기 메뉴다.

고구마를 닮은 모양이 신기해 재미삼아 한두개씩 사가던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고구마가 듬뿍 담긴 빵의 맛도 일품이라는 것. 현재는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 진출할 정도로 지역 특산물이 됐다.

감자빵은 고구마빵의 후속으로 감자 모양으로 만든 빵이다. 고구마빵처럼 빵 속을 감자로 가득 채웠다.

고구마빵이 달콤한 고구마 맛이라면 감자빵은 단짠이 가미된 고소한 맛이다.

쫀득한 반죽속을 각각 감자, 고구마로 가득 채웠으며 빵모양도 감자와 고구마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양 간식으로 인기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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