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직전 “연습 믿고 즐겨라” 조언
기보배·최미선 이어 3연속 金 배출
탁월한 지도력…‘명지도자’ 평가

 

김성은(왼쪽) 광주여대 양궁팀 감독과 ‘올림픽 3관왕’ 안산의 부모 안경우(54)·구명순(50)씨의 모습. /안세훈 기자

“즐겨라.”

김성은(47) 광주여대 양궁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제자 안산(20)에게 건넨 말이다. 안산은 이날 결승에 나서기 전 김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선생님 응원 필요합니다. 어떻게 쏠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 감독은 “충분히 연습한 결과를 믿고 즐겨라. 져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안산은 결승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준결승에 비해 안산의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뛰었지만,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사선에서 기죽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안산은 슛오프 접전 끝에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감독의 격려 한마디에 힘을 낸 안산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우승에 이어 개인전까지 일궈내며 대회 3관왕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세 번째 금메달을 쏜 안산은 사상 첫 양궁 3관왕이 된 것은 물론 한국 스포츠 사상 하계올림픽 최다관왕, 도쿄 대회 첫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김 감독은 1일 남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인의 간절함과 노력,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며 제자를 추켜세웠다.

광주시양궁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김 감독은 한국 양궁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안산은 물론 기보배(2012 런던올림픽 2관왕·광주광역시청), 최미선(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순천시청) 등이 김 감독의 손을 거쳤다.

특히 김 감독은 선수 발탁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감독은 문산초 3학년 때 처음으로 활을 잡은 안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광주체고 1학년에 진학한 안산을 찾아간 김 감독은 첫 면담에서 “꼭 너와 함께 운동을 하고 싶다”며 일찌감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안산은 18세부터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됐지만, 국제대회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김 감독은 안산이 입학하자마자 그의 지도 철학인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 훈련’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부적인 재능과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에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을 장착하며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존재감이 거의 없던 기보배도 김 감독의 조련 아래 꽃을 피웠다. 그는 광주여대 양궁팀 소속으로 2010년 태극마크를 달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2012 런던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올랐고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개인전 1위에 올랐다.

최미선 역시 김 감독의 조련 아래 국제무대 참가를 거듭하며 한 걸음씩 발전해나갔다. 그 결실은 2015년 9월 리우 프레올림픽 여자개인전 금메달, 10월 월드컵 파이널대회 여자개인전 금메달에서부터 나타났다. 기보배와 최미선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2000년 3월 6일 창단된 광주여대는 김 감독의 ‘금빛 조련’에 힘 입어 국내 실업·대학팀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 배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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