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단체, 도시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

조진상 (동신대 교수·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

1990년대 초반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 초 루르공업지대 탄광도시인 보훔시에 대학교가 새로 설립되었다. 매머드 캠퍼스 건물의 4분의 1 가량이 준공이후 30여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비어 있었다. 이 건물들을 업무단지로 전환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인근의 여러 도시들이 재원을 분담했다. 신기하게 느껴졌다.

재원분담 이유를 알아 봤다. 업무단지는 보훔에 있는 대학교에 조성되지만 기업이 입주하면 다른 도시 주민들도 자연스레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래서 인근 도시들도 기꺼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무임승차에 기대지 않고 도시간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대구간 동서내륙철도가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었다. 광주를 비롯해 전남, 전북, 대구, 경북, 경남의 6개 광역단체와 지역민이 함께 중앙 정부에 강력 요청한 결과다. 처지가 비슷한 지역들이 뜻을 모아 협력하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동서내륙철도 국가계획반영은 1회성이지만 특정 사무에 대해서 자치단체간에 상시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주민복지나 자치행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방소멸시대에 인구 2~3만명의 작은 자치단체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이 관광개발, 지역의료, 재난대책 등 특정 사무에 대해서 주변 시군과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응하면 적은 비용으로 보다 큰 효과를 내지 않을까?

인근 지역간에 종종 갈등이 발생하는데 하나의 행정체계안에서 녹여내고 대안을 찾고 상생하는 방안은 없을까? 생활권이나 시장경제권은 같은데 행정구역이 달라서 제대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때 구역 경계를 떠나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은 없을까?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치제도의 법적 근거가 얼마전 만들어졌다. 작년말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들어 있는 ‘특별자치단체의 구성과 운영’이다. 유사한 제도로 자치단체조합을 들 수 있다. 우리 지역의 조합 운영 사례로는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이나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을 들 수 있다. 자치단체조합이나 특별자치단체는 2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많다. 자치단체조합은 ‘공법인’인 반면에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이름 그대로 ‘자치단체’다. 그래서 ‘단체장’과 ‘의회’가 있고 ‘조례’도 제정할 수 있다. 조합의 주 재원인 분담금?사용료?수수료 외에 교부세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지방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 자치단체조합보다 더 많은 권한과 재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별자치단체의 설립과 지원을 위해서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지난 4월 21일 자치분권위원장과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공동단장으로 하고 행안부, 기재부, 산자부, 국토부 등 중앙 부처가 참여하는 ‘메가시티지원 범정부 TF팀“을 구성했다. 10월까지 범부처 지원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영남권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과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시)의 광역단체들과 지리산권의 기초단체 등이 TF팀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자치분권위원회는 ▲메가시티 등 특별지방자치단체 도입 가능 지역 검토와 ▲특별지방자치단체에 맞춤형 이관사무 발굴 등 제도개선 및 정책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초광역 협력 추진전략 수립, ▲초광역 협력사업과 지역균형뉴딜 연계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특별자치단체 구성을 매개로 도시간 협력을 통한 지역발전대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광주?전남간에 광역행정수요가 높은 사무 (예 : 광역교통망, 환경, 관광)를 중심으로 광역특별자치단체 신설, 광주 남구와 나주 혁신도시를 하나로 묶어 에너지신산업 기초 특별자치단체 설립, 남해안 시군을 대상으로 해양관광 특별자치단체 구성, 기존에 조합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의 특별자치단체 전환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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