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도전 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산악인·시민들 발걸음 이어져
평일 불구 많은 추모객 눈시울
고인 생전 발자취 담은 사진전도
“김홍빈 대장님의 도전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4일 오전 9시 30분께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1층에 마련된 고(故) 김홍빈 대장 분향소에는 지역 산악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 손에 국화를 들고 헌화한 후 고개를 숙여 고인의 넋을 기렸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서 추모객들은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영정사진 옆에는 이번 히말라야 등반에서 김 대장이 신었던 삼중화와 각종 등산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지역 산악인들은 이 장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평일임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분향소를 찾은 일반 추모객들은 조문 후 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김 대장의 활동사진이 전시된 곳을 둘러보며 히말라야의 별이 된 고인을 가슴에 묻었다.
이날 분향소에는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하산 중 실종된 김 대장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인 후배 조벽래(51)씨도 헌화와 분향을 했다. 조씨는 지난 2006년부터 김 대장과 국내 및 해외 등반을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날 “위성통화를 한 후 김 대장이 반드시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항상 고비가 있을 때마다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제 가슴에 묻어야 할 사람이 돼 너무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회원인 김정덕(55·여)씨는 “지금도 김홍빈 대장이 히말라야에서 살아돌아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는 산에서 잠든 김 대장님을 마음속으로 기억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께 김홍빈 대장에게 체육훈장인 청룡장이 추서되면서 추모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김 대장에게 청룡장을 추서했다. 훈장은 김 대장의 영정사진 옆에 나란히 놓였다.
황 장관은 유족들에게 “김홍빈 대장의 끊임 없이 도전하는 정신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국에 대한민국에 큰 희망이 됐고, 그는 대한민국 산악인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말했다.
오는 8일 오전에는 김 대장의 영결식이 거행된다. 분향소에서 간단한 장례절차를 진행한 뒤 김 대장이 산악인의 꿈을 키웠던 송원대 산악부와 고인이 생전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김홍빈 희망만들기 재단을 들른 뒤 문빈정사에 안장된다.
한편, 김 대장은 지난달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 시각)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8천74m)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해발 7천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다음날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된 후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