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예고편도 없이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중단됐다. NH농협은행이 그 시작으로 금융당국은 신용대출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지침을 제2금융권에도 전달하여 대출중단의 파도를 높이 세울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대출중단에 시장은 쇼크 상태이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대출을 고려하여 이사를 계획하고 있던 예정자들은 눈앞이 캄캄해 졌다. 가계부채의 확산세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증가율을 연간 6% 이내로 가이드하고 은행권 등에서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사실 정부가 27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덧대기를 해도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자 극단의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나날이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에 놀란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긴박함에 사재기 붐이 일었다. 정부의 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흘러가니 급기야 돈줄을 조인 것이다. 시장의 가격 조정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조절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한 가수요를 만들어내었고 부족한 공급에 따라 가격경쟁이 일어났다. 나날이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고 이대로 있다가 나만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질까 두려워진 시민들이 불나방처럼 달려 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데 유독 부동산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가니 너도나도 이것이 답인 냥 뛰어든 것이다.

대책에 대책을 거듭하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대책까지 생겼다. 작년 6·17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 지구내 재건축 실거주 2년 이상의 의무 안은 법안의 통과가 지연되다가 폐지되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2년의 실거주 요건을 채우고자 일대 혼란이 일어났었다. 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혜택도 그대로 두기로 하였고 신규계약의 임대차법 적용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거듭 바뀌는 정책 탓에 세부담이 복잡하여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사람도 생겼다. 정부가 세금을 강화하여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내놓게 할 의도로 고안했지만 오히려 팔고 싶어도 복잡한 세금 때문에 쥐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증여만 늘어났다. 2023년부터 유상취득분의 취득세를 실거래가, 증여와 같은 무상취득분은 시장인정액 등을 과세표준으로 한다니 현재 증여등 무상취득분이 공시가격인 시세의 70~80%이니 당연히 법안이 적용되기 전에 증여가 늘어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강화도 아니고 전면 중단으로 무주택자들의 주택이동이 얼 만큼 혼란이 일어날지 고려하였을까. 부동산 정책의 결과로 이제 서울의 부동산이 평균 9억대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바잉의 손길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매 정권의 교체시기마다 전 정권의 대책들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권 예비 주자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을 들어보면 서울공항주변 고도제한을 풀어 4만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아파트를 짓는다, 기본주택 250만 채를 짓겠다, 임기 내 공공물량 130만 가구 민간물량 150만 가구 총 280만 가구를 공급 하겠다 등의 공급확대의견과 주택담보대출비율완화, 임대차3법 폐지 등 현 정권의 모든 규제를 반대 안, 도심 고밀도 개발, 1/4 가격의 공공 쿼터아파트 공급, 재개발 활성화 등의 안을 말한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부동산 해법 역시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그동안 번복한 안건의 반복이다.

전세가가 뛰면 매매가도 뛴다. 매매가격을 잡으려고 상투적인 정책을 거듭하다보니 정책이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고 산으로 갔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시장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찾아봐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정책에 연일 뛰어오르는 부동산 가격이 보이는데 불로소득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부동산 폭등의 이유는 수요의 증가이다. 정책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무조건 사야한다며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구입이 늘어났다. 폭증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조건적인 공급의 확대는 아니다. 인구절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무조건 주택공급만 늘린다면 조만간 빈 주택의 처리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빈 주택 문제가 심각하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보고 정책을 펼치면 수십 번이 넘는 정책을 거듭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년간 부동산 정책으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원하는 성과를 만났는가. 이번에 전면 대출중단으로 인하여 발발할 문제들을 생각해 보자. 결국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인 인구집중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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