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상(동신대 교수·광주경실련 정책위원장)

 

금년 2월초 정부가 직접 나서서 광주에 대규모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위 ‘2·4 부동산대책’의 일환이다. LH를 앞세워 광산구 산정동과 장수동 168만㎡ 부지에 13,000세대의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소위 ‘산정 공공주택지구지정’의 출발이다. 산정지구는 광주시의 어떤 다른 계획에도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정부가 치켜 들고 나왔다. 누가 봐도 수도권 부동산 대책에 편승한 숟가락 얹기요 LH 일거리 만들기라는 것 외에 달리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역의 관점에서 볼 때 산정 공공주택지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주택보급율 과잉이다. 광주시 주택 보급률은 2019년 현재 107%다. 우리나라 대도시중 가장 높다. 광주의 아파트 비중도 우리나라 대도시중 울산빼고 가장 높다. 광주광역시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2021년~2030년간 주택수요는 5만 8천호에 불과하다. 주택공급은 14만 2천호에 이른다. 주택보급율이 119.8%에 달한다. 8만 4천호의 주택이 빈집으로 남는다. 6채중 1채가 빈집인 셈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위 계산에는 광주공항, 금호타이어, 전남·일신방직 등 대규모 이전적지가 빠져 있다. 이전적지와 공항 주변지역에 일부라도 주택공급이 이뤄질 경우 2030년 주택보급율은 130%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4채중 1채가 빈집이란 뜻이다.

둘째, 개발이익의 독점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개발에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광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보전용지/그린벨트를 일반주거 또는 상업지역으로 바꿀 때 토지가치가 10배에서 15배 가량 뛴다. 여기서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LH 본사로 흘러간다. ‘공공개발’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지역에 대한 환원 또는 기여장치는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는 개발이익환수법에서 정하는 ‘개발부담금’마저 내지 않아도 된다. 단지 ‘공공주택지구’라는 이유만으로.

셋째, 개발밀도가 너무 높다. LH에 따르면 산정지구는 “자연친화적으로”, “환경친화적으로”, “저밀도 개발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는 사실 1만 3천세대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치다. 부지면적 대비 세대수를 비교한 개발 밀도는 빛가람혁신도시의 2.86배 수준이다. 고밀주택단지인 수완지구와 비교하면 1.4배 수준이다. 수완지구의 아파트 평균높이가 20층이라면 산정지구는 28층인 셈이다.

넷째, 자치분권 정책에 반한다. 주택공급은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지역주민 밀착형, 생활밀착형 사업이다. 그러나 산정지구사업은 국토부가 지구를 지정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광주시는 협의의견을 낼 뿐이다. 광주시 2030 도시기본계획에 의하면 산정지구는 보전용지다. 도시관리계획상 자연녹지지역과 생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파트 개발 위주 주택단지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산정지구사업은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3지구, KTX 투자선도지구, 에너지밸리산단 등 신규 택지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추진해 오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나 지역주택조합사업 등에 많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산정지구사업이 광주형 평생주택이나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정지구는 원활하게 추진돼도 2029년에야 준공된다. 당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러한 정책목표와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다. 뿐만 아니라 첨단3지구/KTX투자선도지구/에너지밸리산단 등 기 확정된 다른 공공택지개발사업에서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굳이 산정지구사업을 오랫동안 기다릴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산정지구사업은 광주 주택정책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며 광주의 전반적인 주택여건에 비추어 불요불급한 사안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 또는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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