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전 전남대 인문대학장)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는 중학생 1학년에게 일반 교과·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과 자기 주도학습,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중학생이 강의 중심 교육 및 지필고사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 소위 ‘꿈과 끼찾기’를 하게 하자는 것이다. 광주의 경우 자유학기제는 2016년부터 시행하였고, 자유학년제는 2018년부터 시행하였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기주도 학습 및 꿈과 끼를 찾아주는 교육은 우리 교육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방향이다. 계속 유지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충분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혁신적인 실험을 할 때는 정교한 방법론과 환경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먼저 학교 밖에 학생들의 진로체험학습을 도와줄 조건이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자유학기제에서는 지필고사를 생략하는데 그게 그 후 이어지는 중 2, 3학년 및 고등학교 평가제도와 연결성을 가져야 한다. 또 진로 체험학습은 고등학교 진학 및 고교학점제와도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는 고립된 ‘섬 학기(년)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다음의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2016년 자유학기제와 2018년 자유학년제를 도입할 당시 위에서 언급한 제반 조건들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는가? 중 1학년의 진로체험학습이 향후 진로 결정과 관련하여 가장 적절한 시기였는가?

광주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지 불과 2년만인 2018년, 경기·강원과 함께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했다. 과연 광주가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먼저 확대할 만큼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던가? 자유학기제의 운영실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 그리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대책 등을 세운 후 그런 확대정책을 시행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것은 우리 교육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서생적 문제의식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2년 만에 자유학년제로 확대한 것은 서생적 문제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오히려 상인적 현실감각의 부족에서 나온 졸속행정의 표본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도 감안해야겠지만, 교육 가족들 사이에 ‘자유학년제는 시험을 없앤 것 외에 특징이 없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0월 2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마련 공청회’에서 자유학기제의 축소를 주장하는 견해가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승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연구실장은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축소하고, 한 학기 운영 시수도 기존 170시간에서 102시간으로 하자고 했다. 대신 이 실장은 진로 탐색 활동은 중학교 3학년에 진로연계 교육을 도입하여 보완하자고 했다.

현재 자유학년제 운용의 부실함을 고려할 때 이승미 실장의 제안처럼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진로 체험 교육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조절하면서 중학교 3학년 때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로 탐색 활동이 고등학교 진학 및 2025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쉽게 연계될 수 있다.

자유학년제나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고 지필고사를 꼭 없애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 교육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지필고사의 폐지나 축소가 아니라 시험 출제방식 및 평가방식의 개선이 아닐까? 평가에서 서술형 방식을 확대하고,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중 1학년 자유학년제를 중 1학년 자유학기제로 축소하고, 진로체험학습은 중 3학년 때 시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대신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기본적 방향 즉 자기 주도적 학습 및 ‘꿈과 끼찾기’ 교육은 중 2학년 및 3학년 과정에서도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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