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국악단, 3·4일 남도소리울림터서
여순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여순사건 희생자 위한 진혼·애도 담아
유가족 억눌린 슬픔 공감 위한 발판 계기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를 연습하고 있는 전남도립국악단원들

“나무를 고문하여 그대의 푸른 숲마저 사라진다면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中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8·15 광복 이후 좌익과 우익의 이념적 갈등으로 혼란의 시대를 걸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1948년 10월 전남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일부 군인들은 당시 이승만 정부의 제주 4.3 파병 명령을 거부하며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혼돈의 시기 속에서 군 반란군과 정부의 진압군은 다툼을 벌였고, 그 속에서 무고한 민간인 1만 여명이 희생됐다. 민족사의 비극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이다.

73년 전 여순사건의 비극적 아픔을 담아낸 작품이 예술인들에 의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전남도립국악단은 오는 3일(오후 7시30분)과 4일(오후 5시) 남도소리울림터 공연장에서 2021 정기공연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를 무대에 올린다.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이는 여순사건 희생자를 위한 진혼과 애도, 지난 73년간 침묵을 강요당한 유가족의 억눌린 슬픔을 공감하기 위한 발판으로 기획됐다.

이날 무대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의 제삿날, 유복자 아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속절없이 순박한 사내의 허튼 너스레를 관객과 주고받으며 판놀음과 줄타기, 재담 등을 통해 8·15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어지러웠던 정치적 상황을 그려낸다.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를 연습하고 있는 전남도립국악단원들 모습.

특히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은 극 중간중간 여순사건의 실제 사건을 무대로 올려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소리극 ‘불청객이 왔다’는 1948년 10월 순천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그날의 참상을 담았다. 무용극 ‘기억과 자살’, ‘기억의 부활’은 무용수들의 몸짓을 통해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과 살았지만 불온한 자들이라는 낙인 속에 외면당하고 고립되었던 산 자들을 향한 위로를 온 몸으로 풀어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연출진들 또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였다. 무대의 전체 흐름을 담당하는 작품의 작곡은 영화 ‘귀향’ OST 가운데 민족의 슬픔을 고스란히 표현한 곡 ‘가시리’ 작곡가로 잘 알려진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연출은 공연창작그룹 ‘문화행동 바람’의 김재욱 대표 연출가가, 판소리 뮤지컬 ‘닭들의 꿈 날다’, 판소리 잔혹극 ‘해님 달님’ 등 다수 작품을 집필한 김수형 작가가 극본을, 정길만 국립무용단 훈련장이 안무를 맡았다.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은 “여순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는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연대의 대열에 참여하는 소박한 방식에 불과하다”면서 “무대 위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변화의 시작이 되길 소원하며, 해마다 10월 19일이면 여수와 순천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예술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눈물꽃’ 스틸컷

한편, 전남도립국악단은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사전 홍보를 위해 여순사건의 슬픔을 담은 뮤직비디오 ‘눈물꽃’을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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