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 -푸른 전주곡 WTC BWV853’
신세계갤러리서 2022년 1월 4일까지
제21회 신세계미술제 신인상 수상
클래식음악 시각화 그림 40점 선봬

 

‘이다희 -푸른 전주곡 WTC BWV853’ 전시작품.
이다희 작 ‘J.S.Bach-Prelude in eb minor BWV853’4.

바흐의 전주곡 같은 클래식 음악을 오선지 악보가 아닌 회화적 요소로 바꿔 표현한다면 어떤 울림이 있을까.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관심을 끈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광주신세계미술제의 제21회 신진작가상 수상자인 이다희 작가의 초대전을 다음해 1월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음악과 미술이 함께 하는 자리다. 이다희는 ‘음악번안시스템’으로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다.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수집한 자료와 분석에 근거해 준비한 ‘음악번안시스템’으로 ‘눈으로 보는 음악’을 그린다. 이 작가는 올해 열린 제21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독특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신진작가상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작가 초대전을 통해 이 작가는 첫 번째 결과물인 ‘푸른 전주곡’을 바흐(J.S. Bach)의 음악과 함께 4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 Tempered Clavier Book·WTC)’에 나온 클래식 음악을 데이터로 분석한 드로잉, 수채화와 곡을 구성한 마디 마디를 추상화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또 ‘푸른 전주곡’의 다양한 연작도 전시한다.

바흐의 ‘평균율’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가장 뛰어난 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가 음악의 구약성서로 평가할 만큼 음악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바흐는 형식적인 틀로부터 매우 자유로운 프렐류드를 다양한 양식과 기법을 사용해훌륭한 음악적 내용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 음악적 다양성과 작품의 독창성은 후대에 프렐류드가 독자적인 장르로 위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이다희 작 ‘J.S.Bach-Prelude in eb minor BWV853’3.

전시를 위해 작가는 WTC 1권의 1∼12번 중에서는 푸른 빛 감성을 가득 담고 있는 8번 Prelude in e♭ minor BWV853을 시각화했다. 이 작품은 3박자의 느린 무곡(舞曲)인 사라방드(Sarabande)를 연상시킨다. 가로 형식의 캔버스 한 점이 곧 곡의 한 마디를 나타내고, 3박자의 화음을 표현하기 위해 각 캔버스 안에는 작가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표현된 3개의 색면이 각 마디의 음색과 음형을 담고 있다. 색과 형이 규칙적으로 반복을 이루며 추상화와 같은 화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품은 여러 개의 소리가 섞여 각기 다른 화음을 만들 듯이 그 색면의 경계가 때로는 뚜렷하게, 때로는 서로 뒤섞여 각 화음의 울림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작가는 이처럼 조율된 소리의 집합이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체계에 매료돼 그 체계를 스스로 분석, 음악이 연주되는 순간을 회화로 기록하기 위해 WT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사운드 아티스트 Daniel Morrison Neil과 협업했다. 관람객들은 재편곡 된 WTC를 갤러리 현장에서 듣고 보면서 곡의 전반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제시된 주제와 변형패턴을 눈과 귀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이다희 작 ‘J.S.Bach-Prelude in eb minor BWV853’ 10.

바흐가 WTC를 창작하면서 가졌던 교육적 의도는 음악의 근본 원리와 개념 이해 뿐만 아니라, 음악을 예술적으로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었다. 이에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음악 전문가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작가가 WTC를 자신만의 ‘음악번안시스템’을 기반으로 그리는 첫 회화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2011년부터 꾸준히 클래식 음악에 집중해 형식에 따른 번안 시스템 정리와 연주된 소리를 기록해 국내와 영국을 무대로 다양한 맥락에서 ‘음악번안시스템’을 소개해왔다. 이화여대에서 서양화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수와 문법으로 이뤄진 절대 추상 예술인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음악번안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고자 영국의 글래스고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국내외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WTC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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