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김현덕 교수

국제사회는 대재앙 수준의 기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관측에 의하면, 오늘날 기후 변화는 19세기 말과 비교해 보면 약 1.18℃ 상승하였고 2016년과 2020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지구 온도는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전례 없는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지구의 연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5℃ 상승할 경우 지구의 재앙은 돌이킬 수 없다.

기후 위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국제사회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다. 2015년에는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 합의인 ‘파리협정’이 채택되어 새로운 글로벌 기후 체제의 포문을 열었다. 2021년에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노력이 강조되었다.

기후 위기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게임체인저는 바로 탄소중립이다. 2050년까지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대기에 배출·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조정제도 시행 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의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2021년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탄소중립·녹색성장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과 정책을 마련하였다. 그 밖에도 기후대응기금 신설과 탄소중립위원회 출범과 같은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구도 발족하였다.

해운항만산업 분야도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2050년까지 2008년 대비 기존 40%에서 50%)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필두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할 것을 주장하고, 유럽연합도 기존 선박 연료에 관한 면세조항을 폐지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수립하거나 강화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전국 주요 항만에서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10월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여 해양수산분야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최종 지향점은 수소 기반의 탄소중립 항만을 구축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항만은 기존 항만산업의 축소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임체인저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수소 에너지 기반의 생태계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항만을 구축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여수광양항은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한 ‘수소 기반의 탄소중립 항만’ 실현에 최적화된 항만으로 평가된다. 우선, 석유화학, 철강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저탄소화·친환경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또한,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기존 소재는 바이오 화학, 수소환원강 등 저탄소 제품으로의 전환을 맞고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여수광양항은 수소를 생산·소비할 수 있는 산업단지와 운송 수단이 마련되어 탄소중립 항만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조성 및 확장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이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오며 글로벌 가치망을 선도하고 있다. 항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탄소중립,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탄소중립은 글로벌 항만산업의 경쟁방식과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며 탄소중립 항만 구축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통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여수광양항을 최첨단 스마트 항만과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도입한 ‘최첨단 스마트 탄소중립 항만’의 대표 항만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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