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강신중 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넷플릭스 법정 시리즈 ‘소년심판’은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자극적인 홍보문구로 시선을 모았지만, 드라마 줄거리는 소년범 혐오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소년범이 저지른 비행의 진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 최선의 판결을 고민하는, 차라리 소년범을 ‘사랑’하는 판사에 가깝다. 법률가로서 특히 가정법원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이 있는 필자는 드라마가 얼마나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시선으로 보게 되어 재미는 반감되었다. 의학전문 드라마를 의사들은 흥미를 못 느끼는 비슷한 느낌?

작가가 소년법에 대한 이해, 소년범과 관련된 시설과 처우, 소년 범죄의 유형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고민했는지 평가하는 시선으로 드라마를 시청하자니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극중에 9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13살 소년이 경찰에 자수하는데, 촉법소년.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게 되어 있다. 대중의 분노가 끓어오른다. 소년범을 혐오해 소년부 판사를 지망했다는 심은석이라면 ‘사이다’판결을 내려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악명높은 ‘심판사’가 처분에 앞서 하는 일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심은석의 활약으로 공범이자 진범이 드러난 뒤에도 정의 구현의 쾌감은 없다.

드라마에서 심은석 판사는 계속해서 윗분들과 싸우며 현장을 뛰어다니고 기록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다. 소년사건에 대한 작가의 희망사항과 의도는 알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사건의 근원부터 조사하는 것은 법원이 아닌 수사기관의 몫이다.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이 기회에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 하나를 제기하고자 한다.

소년사건에 대한 판사의 보호처분은 소년법에 10가지가 있다. 가장 경미한 사안의 경우 보호자에게 감호위탁하는 1호 처분부터 가장 중한 사안의 경우 장기 소년원 송치하는 10호 처분까지 다양한 처분이 있다. 그런데 1호 처분으로 보호자에게 감호위탁 하자니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해낼 여건이 못되고, 9호나 10호 처분으로 소년원에 보낼 정도로 사안이 중하지는 않은 중간적인 사안에 대하여 소년법에는 소년보호시설(또는 아동복지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6호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소년법에서 6호 소년보호시설에의 감호 위탁을 규정한 취지는 소년을 적절한 환경이 구비된 수탁기관에 일정 기간 보호수용하면서 심성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과거 비행을 뉘우치게 하여 건전한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길러 재비행을 막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소년원에 보냈을 때 소년원에서 생길 수 있는 범죄학습, 낙인의 효과를 줄이고 사회생활과의 단절을 줄여 재사회화를 쉽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처분이다.

소년재판에서 6호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비행의 수준은 낮지만 보호자나 보호여건이 결핍된 소년, 비행의 수준이 낮고 보호자가 있더라도 비행반복의 위험성이 큰 경우, 이미 4호나 5호의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서 재범하였고 보호자나 가족의 보호능력이 미약한 경우, 아직 전력은 없지만 비행의 정도가 큰 소년 중에 선도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현재 6호의 소년보호시설 중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6호 감호위탁처분을 받으면 민간이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대부분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현재 대표적인 6호 보호처분을 받고 위탁되는 민간시설은 ‘희망샘학교’(전북 고창)가 있고,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서울), ‘마자렐로센터’(서울), ‘효광원’(대전), ‘서정길대주교재단 수지의 집’(대구), ‘가톨릭 푸름터’(대구), ‘로뎀의 집’(창원)이 있으며, 기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나사로 청소년의 집’(경기 양주), ‘로뎀청소년학교’(충북 제천), ‘웨슬리마을 신나는 디딤터’(부산)가 있다. 이마저도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공공의 영역이 아닌 민간에 모두 맡겨져 있다.

소년법에서 보호처분의 하나로 소년보호시설에 감호위탁을 규정하고 있고 소년판사가 6호 처분을 내린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이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인계되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소년의 교화와 사회 적응능력회복에 바람직한 것인지, 교육행정과 교정행정 및 청소년 복지행정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분야인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소년범죄에 대하여 사회적인 분노와 처벌 위주의 대책을 앞세우기보다 소년범죄를 재발시키지 않고 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기에 민간에 의존할 일이 아니고 (중앙이건 지방이건)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데 부모의 사랑이 가장 크겠지만, 이웃과 사회의 관심이 한 아이의 심성을 올바르게 하고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이리라.

소년범죄에 대하여 비행의 경중에 따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1호 처분이나 소년원으로 직행하는 9호, 10호 처분이 아니라, 아직은 교육과 교화가 필요한 청소년에게 기존의 학교생활을 유지하면서 보호자의 역할을 대신해줄 시설에서 격리되지 않은 채 생활할 수 있는 6호 처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필자가 광주가정법원장 시절 광주광역시와 6호기관을 설치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실무차원의 업무를 진행하다가 퇴직하는 바람에 결실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소년범죄의 예방과 진정한 교화는 재판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고 재판 이후에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구체화된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기에”라는 심은석 판사의 말대로 소년범죄는 가정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소년심판’은 이 불편함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말고 나의 책임을 고민해보라고 설득하고 있다.

소년범죄에 대한 정책과 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가정법원과 소년부 판사가 근무하는 지방법원 단위의 지역에 6호 소년보호시설을 최소한 1군데를 설치하여 제대로 된 감호위탁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구상하는 길에 나서 주기를 제안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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