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영란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Mukbang(먹방)”이라는 용어가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우리에게는 일상 용어다. “먹는 방송”의 의미를 가진 먹방은 한국의 음식을 알리는 K먹방, K쿡방으로 한류의 물결을 타고 해외에서 인기몰이하기도 한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먹방 ASMR은 또 다른 소통의 방식으로 한국의 음식문화를 글로벌화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만큼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때 생각하는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제외하고, 네발 달린 책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음식문화는 유명하다. 중국 3대 진귀 요리인 옌워(燕窩, 바다제비집 요리), 어시(魚翅, 상어 지느러미), 슝장(熊掌, 곰발바닥) 등 그 음식 재료를 보더라도 중국 음식문화가 얼마나 다채로운가를 알 수 있다.

음식은 인간의 생명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에 인류 역사는 음식과 함께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인류 역사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음식이 지나치면 해로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가? 그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인류 역사 안에서 음식이 지나치면 불행을 가져왔다.

중국 고대 하은주(夏殷周) 시기 하나라 때 말희 이야기이다. 천자국인 하나라와 제후국인 유시국의 다툼으로 유시국이 패하여 하나라 걸왕에게 유시씨는 중국 최초의 미녀인 말희를 바치게 되었다. 전한(前漢)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列女傳) 얼폐전(孼嬖傳) 하걸말희에 음식의 지나침을 보여주는 대목이 기록되어 있다. “걸왕은 예와 의를 버리고…… 밤낮을 그치지 않고 말희와 함께 궁녀들을 거느리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가 취해 빠져 죽은 자가 있으면 그것을 보고 말희는 웃으면서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녀는 자신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걸왕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였고, 그 요구 중 주지육림(酒池肉林) 즉 연못에 술을 가득 채우고 연못 둘레에 고기로 숲을 만들어 그곳에서 날마다 연회를 열도록 하였다.

또 은나라의 달기 이야기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술 찌꺼기가 쌓여 언덕을 이루었고, 술을 흘러 연못을 이루었으며, 고기는 쌓여 숲을 이루었다.”(열녀전 얼폐전(孼嬖傳) 은주달기) 고기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고기를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고통받은 백성을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 속의 음식은 인간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음식이다. 한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기 위해 음식을 과도하게 소비한 중국 고대 말희와 달기의 기록은 음식의 정도가 지나치면 얼마나 큰 불행을 낳을 수 있는가를 알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과 먹을거리를 뜻하는 ‘보어’를 합성한 ‘로커보어’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 사육된 로컬푸드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건강한 삶에 관심이 높아지는 현대인들은 식품의 신선도를 고려하여 지역 농산물을 찾아 먹는다. 이러한 지역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은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현대 음식 문화는 역사적, 사회적, 미적 가치를 지닌 그야말로 소울푸드, 슬로푸드로서의 의미가 있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음식 문화가 건강한 문화로 정착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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