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장재영 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2019년 12월 부로 153개 이전 대상 기관 모두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이 끝난 것이다. 중앙정부는 그 동안 이전기관의 지역 안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불행히도 혁신도시 정책은 미완으로 남았다. 2021년 현재 전국 혁신도시의 계획 인구 달성률은 평균 85.6%다. 충북혁신도시는 76.7%, 빛가람 혁신도시는 76.8%에 불과하다. 혁신도시와 이전기관에 대한 지원 없는 규제가 혁신도시의 성공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전기관의 인력 운영 문제다. 지자체의 과도한 간섭으로 수도권 근무가 효율적인 인력도 혁신도시에서 거주한다. 잦은 출장 때문에 업무 공간이 사무실이 아닌 고속철인 경우가 허다하다. 증원 인력은 무조건 지자체 몫이고, 부족한 청사는 이전기관 몫이다. 지방이전의 최대 수혜주가 지역이 아닌 고속철이라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인재 채용도 문제다. 과도한 지역 인재 채용으로 양질의 인재 수급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지역 인재를 더 늘리라고 한다. 이전기관이 경쟁력을 가져야 지역도 발전한다. 이러다가는 둘 다 망할 수 있다. 혁신도시는 산업별 정체성도 없다. 클러스터가 조성된 곳은 ‘한전효과’가 있는 빛가람 혁신도시 정도다. 이전기관은 지역 성장 거점의 주역이 아닌 봉사활동과 지역물품 구매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했다. 이 정도 지역 상생은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혁신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혁신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전기관의 지역 거점화를 위한 인적·물적 지원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혁신도시 클러스터 강화를 위해 분산되어 있는 유사 기관을 관련성이 높은 혁신도시로 몰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안전, 정보통신, 농업 및 식품, 문화예술 및 콘텐츠, 교통, 교육 및 연수 관련 기관을 현재의 2~4개 지역에서 하나의 혁신도시로 통합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비전과 함께 충분한 유인책을 제시하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둘째, 클러스터 강화를 위해 이전기관의 지역 관련 인력과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지금의 혁신도시는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다 성장이 멈춘 도시가 됐다. 이전 정권들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지자체 또한 중앙정부 탓만 하지 말고 이전기관과 함께 관련 부처와 기재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청사 증축 예산을 확보했던 전남도가 좋은 사례다. 서로 윈윈(win-win)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도 본 받아야 할 부분이다.

셋째, 수도권 근무가 효율적인 업무는 수도권에서 근무 가능하도록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수도권에 근무해도 이전기관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혜택은 지역에 돌아간다. 국익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적극 설득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인재 채용 대상을 최소한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자로 확대해야 한다. 채용 지역 또한 비수도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다. 다른 지역 인재도 지역에 내려오면 그 지역을 위해 일하는 지역 일꾼이다. 지자체가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윤석열 정부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없는 2차 이전은 또 다른 피해만 양산할 뿐이다. 2차 이전을 추진하려면 추가 혁신도시 지정 없이 기존 혁신도시로의 이전과 2차 이전에 앞선 정주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혁신도시를 최소한 세종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자발적 이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까지는 임시 사택 존치 등 이전기관 직원에 대한 배려도 지속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중시한다. 기관 축소가 효율화일 수는 없다. 이전기관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마음 놓고 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효율화다. 이를 위한 중앙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과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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