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4년 임기 마치고 오는 30일 퇴임
광주형 일자리·인공지능산업 등 성과
정치만 강한 도시서 ‘경제도 강한 도시’로
“최중증발달장애인돌봄센터 개소 가장 보람
일당 독점체제 변해야 광주도 민주당도 살아
인기 집착 않는 리더가 역사적 성과 창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성공과 인공지능산업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성과를 올렸다”며 “앞으로도 국가와 광주를 위해 계속해서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우리 고장 광주를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만들고 싶었는데 아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오는 30일 민선 7기 4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시청을 떠나는 이용섭 광주시장은 “취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임기를 마치게 됐다”며 “그동안 도와준 공직자와 시민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더 크고 더 강한 광주’를 슬로건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더 이상 미련은 없다”며 “미진한 부분은 민선 8기에서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재임시절 ‘광주형 일자리 성공’과 ‘인공지능산업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성과를 올렸다.

그는 “앞으로도 국가와 광주를 위해 계속해서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과도한 일당 독점체제가 무너져야 광주도 살고 민주당도 산다며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남도일보는 지난 22일 오후 시청 접견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4년 재임기간 성과와 소회 등을 들어봤다.
 

글로벌모터스 ‘캐스퍼’ 생산 기념식(2021년 9월)/광주광역시 제공

-지난 4년간의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지난 4년 되돌아보면 힘들 때도 많았지만 광주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일밖에 모르는 시장’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원 없이 일하고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돼 여한이 없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역사에 남는 시장,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성과를 남기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우리 시민들과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지난 4년 동안 많은 성과를 남기셨는데 내세울만한 역점 추진사업 성과와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대표적 성과로는 세계 유례 없는 노사상생의 광주형 일자리 성공과 인공지능산업 광주유치를 들고 싶다. 이는 광주발전과 미래 일자리를 책임질 양대 축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의 첫번째 모델인 GGM(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의 완공과 캐스퍼 생산은 누가 뭐라고 해도 광주시민이 이룬 역사적 성과이고 쾌거다.

또한 우리 광주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대표도시로 도약한다는 것은 불과 4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으나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두 사업을 필두로 기후위기 대응과 출산율 제고와 같은 시대 화두를 우리 광주가 선도하면서 다른 도시들이 광주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고 그 위상과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미래가 불확실해 사람과 기업이 떠나던 도시에서 찾아오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 정치만 강한 도시에서 경제도 강한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성 이미지 때문에 기업과 투자가들이 기피하던 광주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일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1대1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센터’ 운영을 들고 싶다. 지난 2020년 6월 광주에서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 아들을 홀로 집에서 돌보던 50대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다.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다시는 광주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곧바로 T/F팀을 가동해서 지난해 3월 연중무휴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가 운영되면서 너무나 사는 게 힘들어 마지막 선택을 하려했던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우리시 모델이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국비가 지원되고 있고 전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광주 남구 백운동 도시철도2호선 건설현장 방문(2019년 12월) /광주광역시 제공

-그간 이룬 많은 성과들에 비해 시민들의 체감도는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일한 성과를 잘 홍보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정책시차(policy lag)도 큰 원인이다. 그간 추진해온 사업들의 성과가 시민들이 체감하는 일자리와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데에는 4년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도시철도 2호선을 예로 들면 16년간이나 지역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도시철도 건설문제를 공론화로 해결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건설중이라서 이곳저곳에서 교통이 막히고 불편하다보니 오히려 불평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4년부터 개통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대다수 시민들이 성과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민선7기에 대한 평가는 보다 길고 큰 안목에서 해주면 좋겠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 등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지난 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더 크고 더 강한 광주시대’ 를 열고 싶었다. 중국의 선전은 1979년 인구 31만 명의 한적한 농어촌이었지만 지금은 상주인구 1천75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 중국의 선전처럼 세계적인 첨단산업도시로 도약하는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 완성하기에는 4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AI전문가 미팅, 구글 방문(2019년 10월) /광주광역시 제공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 인사문화를 혁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청탁이 필요없는 과감한 인사혁신을 단행해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관련 부조리를 근절시켰고 깨끗하고 공정한 인사문화를 정착시켰다.

나는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이 인사에 신경쓰지 않고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자희망인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핫라인도 개통해 직원들이 인사철에 외부에 청탁하고 부탁해야 할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없애버렸다. 또한 과거 기관별·부서별로 채용하던 산하공공기관 직원과 시청 공무직을 통합채용방식으로 전환해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

이러한 인사혁신으로 연고나 정실로 채용하던 관행들이 사라지고 인사청탁이 통하지 않으면서 인기 없는 시장이 됐지만, 채용부조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직원들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열린 산하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이 임기 동안 사업이나 운영에 부당한 개입이나 지시 없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한 점에 대해 감사 인사와 더불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셔서 뿌듯했다.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협약 및 착수식(2021년 2월) /광주광역시 제공

-시민과 역사 앞에 어떤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은가.

▶혁신시장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지난 4년 광주시정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혁신’이다. 그간 인기 있는 일보다는 역사에 남는 일, 오늘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일, 쉬운 일보다는 가치 있는 일에 주력해왔다. 어려운 현안을 마주할 때마다 저의 판단기준은 ‘훗날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무엇이 광주 발전에 기여하는가’ 두 가지였다.

그간 광주형 일자리, AI광주시대 개막, 출생아수 증가,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 공정투명한 인사문화 정착 등 광주의 지도를 바꿀 수많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혁신이었다.

또한 각종 인사나 사업과 관련해 일체의 부적절한 부탁을 배제하고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혁신행정을 펼치다보니 ‘사람이 차다, 너무 원칙론자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광주발전을 위해 가야될 길을 갔고 후회는 없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혁신의 길을 가는 고독한 리더만이 역사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광주 AI뉴딜 포럼 (2021년 10월) /광주광역시 제공

-지난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강기정후보에게 패했다. 패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나의 부족함으로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죽자살자 일만하다 보니까 권리당원 모집 등 민주당 경선을 대비한 맞춤형 준비를 하지 못했고 절실함도 부족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

-강기정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특히 행정의 연속선상에서 꼭 이어갔으면 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현안문제들에 대해 좀더 시간을 갖고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검토 후에 결론을 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광주형 일자리 시즌1인 GGM을 세계적인 자동차공장으로 키워주고 시즌2(친환경자동차 메카도시)를 꼭 성공시켜주길 바란다. 아울러 AI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다른 도시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광주AI를 잘 지켜주길 부탁드린다. 이 두가지 사업만 제대로 발전시키면 광주의 미래 먹거리와 일거리 걱정은 물론 한국경제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광주공동체가 선거과정에서 깊어진 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하고 광주발전에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민선8기가 시민통합에 적극 나서주셨으면 좋겠다.

인공지능사관학교 제3기 입교식(2022년 6월) /광주광역시 제공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가 37.7%로 전국 최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왜 광주시민들이 이렇게 투표를 외면했다고 생각하나.

▶광주시민의 60% 이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거부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한 실망과 분노의 표출이다. 특히 시민들은 이번 광주ㆍ전남 지역의 공천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자기 사람 챙기기의 전형으로 민주당이 시민의 선택권을 뺏어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정치수준이 높은 광주시민들이 낮은 투표율로 민주당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37.7%라는 전국 최저·역대 최저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광주 민심 대변화의 전조이다. 민주당이 여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2년 후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불문가지이다.

민주당의 급선무는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패거리 정치문화’를 혁파하고, 계파 연고 중심의 정실 공천을 차단할 확실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유능한 사람들에게 당을 개방해 실력있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한 광주도 살고 민주당도 사는 길은 광주에서 과도한 일당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정당간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간 호남은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왔고, 이는 오히려 민주당의 개혁 동력을 떨어뜨린 측면도 있다.

또한 광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물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야 하는데, 광주에서는 민주당 후보면 무조건 당선되기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은 자기 사람 위주의 공천을 위해 편법과 반칙을 행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한 그렇게 당선된 정치인들은 민주당 논리에만 충실하게 되어 시대정신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통렬한 고민과 과감한 도전정신이 결여되고, 결국 전국적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광주혁신위원회 출범 1주년 시민토론회(2019년 11월) /광주광역시 제공

-다음 달이면 자연인 신분이 된다. 퇴임후 어떻게 지내실지 계획은.

▶오랜 기간 공직에서 일만 하다보니 가족들과 여행 한 번 제대로 못갔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 주어진 만큼 가족들과 여행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깊게 고민해보겠다. 좌우명인 ‘궁불실의 달불이도(窮不失義 達不離道-아무리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갈 때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를 지키면서 저의 국정경험, 전문성, 혁신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국가와 광주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주시 공직자들과 시민에게 한 마디.

▶일밖에 모르는 시장 만나 우리 직원들 고생이 너무 많았다.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시민들에게도 죄송하다. 힘들더라도 우리 세대가 나무를 심어야 다음 세대가 그늘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무 혁신·청렴·원칙만을 강조하다보니 좀더 따뜻한 시장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성원해준 시민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어디서든 광주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 보답하겠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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