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 ㈜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근 우리사회의 변화된 모습의 하나는 법과 관련된 이슈들이 폭증한다는 점이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사들을 정부부처에 대거 기용하고, 거기다 ‘법대로 하자’는 집권세력들의 발언으로 법과 관련된 논의가 봇물처럼 넘쳐흐른다. 법대로가 법에 의한 지배, 즉 법치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 법대로가 과연 우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최근의 사태들을 살펴보자.

우선 직전 대통령이 퇴임 후 내려간 양산의 조용한 시골마을에 이념을 달리하는 극렬주의자들이 새벽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무례함도 문제지만, 보도에 의하면 시위가 돈벌이에 이용된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이건 분명 집시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인데도 정부는 법대로 하겠다며, 선량한 시민들의 무고한 피해를 방치하는 행태를 보여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편향적 해석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그들 자신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과도한 시위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곧바로 서울 서초동 대통령 사저 앞에서도 시위가 발생되어 이제는 현직 대통령 거주지 인근의 죄 없는 주민들까지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진영대립 행동을 정당한 법집행을 통해 자제시키지 아니하고 형식적인 법대로를 외친다면 이 때의 법치주의는 책임회피의 수단이 될 뿐이다.

다음은 안전운임제 문제로, 다행히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합의하고 파업을 풀어 물류대란은 막았지만,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했을 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엄정한 법집행으로 엄단하겠다는 법대로의 압박이었다. 과거 안전운임제 법안이 시행될 때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다음과 같은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화물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노동법의 보호 밖에 있어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 운전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도로 안전임금제를 법제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부가 태도를 바꿔 화주, 즉 자본가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법치주의는 절대 권력을 쥔 왕권(국가권력)을 제한하고 약자인 시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한 사상이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융성하면서 국가경제를 자본이 지배하게 되어 실질적 권력은 자본가에게로 넘어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당국이 법치주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권력을 가진 자본가를 규제하고 약자인 화물운전자 보호를 우선해야 했다. 법치주의 본질이 오해되고 있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얼마 전 대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7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나온 일종의 분노범죄로 보이는 방화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물론 이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범죄행위로 지탄받아야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특징은 위해의 대상이 재판의 상대방이나 재판부가 아니라 제3자라 할 수 있는 상대방 변호인이었다는 점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우리 사회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불신하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점검해 보아야 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법 실무자들은 법대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의 법 운용이 실체적 진실이 무시된 채 다만 법 기술적으로만 다뤄지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법치주의는 헌법에 명시된 통치원리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명문화된 법으로 통치한다고 모두 법치주의라 할 수는 없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우리를 법으로 통치했지만 그 법은 식민착취와 탄압의 도구였다. 또한 나치정권은 법률에 의해서 인륜을 거스르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범죄까지 저지르는 만행을 자행하였다. 법집행자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거나 통제한다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 본래의 목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법대로’를 표방하는 정부라면 자의적 해석의 유혹을 물리치고 국민의 존엄뿐만 아니라 국민의 행복까지도 보장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당찬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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