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60명 농촌 소규모 학교
주변 환경 살린 자율교육 ‘주목’
전교생 채소·나무 기르며 꿈 키워
다른 농촌학교 달리 학생수 증가세
‘도시에서 찾아오는 학교’로 명성
코로나19 유행때도 대면교육 지속
학령인구 감소 속 학교 방향성 제시

광주 삼도초등학교 전경. 서석초, 중앙초, 송정동초 이어 광주에서 네번째 100년 역사를 맞은 학교다. 1921년 10월 2일 도덕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1948년 10월 삼도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꾼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삼도초등학교 옛 모습.

광주 광산구 송정리 일명 영광통 사거리에서 영광 방면으로 10분 가량 차를 타고 가다보면 삼도동사무소가 있는 도덕마을을 만난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이곳엔 개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도초등학교가 있다.

도심 외곽 농촌에 자리한 삼도초는 공원을 연상시킨다. 널찍한 황토빛 운동장을 중심으로 빨간 벽돌의 본관 건물과 건물을 둘러싼 정갈한 수목들이 눈에 띈다. 크고 작은 향나무와 편백, 철쭉, 영산홍 감나무, 매실나무 등 조경수와 유실수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정원 한 켠에 고추가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을 받아 짙은 녹색을 발하기도 한다.

이 뿐 아니다. 본관 건물 앞쪽 맞은 편에는 운동장을 따라 폭 1~2m, 길이 20m가량의 연못도 조성돼 있다. 연못에는 물레방아가 돌고 수시로 분수가 솟아올라 청량감을 준다. 연못 주변에는 화강암, 현무암 등 각종 암석 20여 개가 세워져 있다. 생태공원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자연의 모습이 가득하다. 도심 학교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풍경들이다.

교문 한 켠에는 수령 100년은 족히 넘게 보이는 팽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오랜기간 풍파를 겪은 탓인지, 한쪽 가지는 잘려나갔지만 사방으로 길게 뻗어간 나뭇가지와 어른이 양팔을 벌려야 할 정도로 기둥은 삼도초의 역사와 연륜을 품고 있는 듯하다.

삼도초등학교은 생태공원을 연상케 할 만큼 다양한 돌과 나무, 화초 등이 조성돼 있다. 사진은 본관 건물 맞은 편 정원에 조성된 연못과 물레방아./임문철 기자

◇광주 초등학교중 4번째 ‘100년’

삼도초는 올해 개교 101년을 맞은 학교다. 서석초, 중앙초, 송정동초에 이어 광주 초등학교 중 네번째로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921년 10월 2일 도덕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1948년 10월 삼도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꾼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도덕’은 삼도초가 자리한 마을의 이름이다. 이곳은 옛 송정읍과 영광, 함평, 장성, 나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옛부터 광주와 전남 서부 지역 교통 요충지였다. 이런 배경에 삼도초는 삼도와 평동, 본량 과거 광산군 서부지역 3개 면을 통틀어 가장 먼저 개교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답게 지난 12월 제98회 졸업식까지 총 5천 86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00년 역사에도 정작 학교에는 그 역사를 간직한 흔적이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건물은 지난 2005년 신축되면서 그 이전의 건물은 사라지고 없다. 교문 옆 아름드리 팽나무가 100년 역사물로 볼 수 있지만 개교 당시부터 존재했는지는 정확치 않다.
 

삼도초등학교에 조성된 공원.

유형의 역사기록은 없더라도 삼도초는 배움터로서 역할을 통해 100년 역사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삼도초는 1960~1970년대 학생수가 1천500여 명일 정도로 제법 규모 있는 학교였다. 하지만 올해 학생 수 60명이 말해주듯 산업화와 도시화, 저출산이라는 풍파를 비켜갈 순 없었다. 삼도초 인근에 있던 삼도서초와 삼도남초는 삼도초와 통폐합돼 학교 역사가 끊기기도 했다.

변화는 새로움을 요구한다. 삼도초 역시 학생수 감소에 따른 새로운 길을 개척해 또다른 100년을 향해가고 있다.

바로 농촌소규모형 자율학교다. 학교 규모나 지역적 특성의 제약 등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과 체험활동·학교 및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교육 활동을 추진하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자율적인 교육활동은 생태체험교육이 대표적이다.

◇자율교육과정 운영으로 ‘활력’

학교 안팎의 환경을 활용해 친환경 텃밭 가꾸기, 나무 기르기 등을 통해 학생들이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을 준다.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년별 수준에 맞게 나무심기와 봄꽃, 텃밭 채소 가꾸기 등 활동을 한다. 채소의 경우 1학년은 가지, 2학년 고추, 3학년 토마토, 4학년 오이, 5학년 참외, 6학년 수박을 재배한다. 따라서 삼도초를 입학해 졸업하는 학생은 6가지 채소 재배법을 모두 익힐 수 있다.

삼도초등학교 교문 한 켠에 자리한 수령 100년 이상 추정되는 팽나무.
김숙자 삼도초등학교 교장이 학생에게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나무 기르기는 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르고, 가꾸기까지 한다. 가지치기(전정)도 배운다. 학생들은 영산홍, 철쭉 등 1~2그루씩의 나무를 심고, 기르면서 자신들의 꿈과 함께 키워가는 것이다.

삼도초는 학생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학교이기도 하다. 전교생 자전거 타기 생활화가 일례다. 학교는 탄소중립 생활교육을 위해 자전거 20대를 구입, 본관 현관에 비치했다. 학생들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이 자전거를 타고 넓은 운동장을 맘껏 누빈다. 자전거는 학년별 몸 상태를 고려해 저학년용, 중학년용, 고학년용 등 3가지 규격을 마련됐다. 안전을 위해 안전모와 무릎 보호대까지 준비해놓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삼도초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농촌지역 여건상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학생들로선 방과후 학교 참여로 특기·적성을 계발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컴퓨터와 미술, 로봇교육, 뉴스포츠, 피아노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방학에도 가고싶은 학교’ 명성
이 같은 교육활동으로 삼도초는 휴일과 방학중에도 학교에 가고 싶은 학교가 됐다. 학교에 가면 채소, 나무를 가꾸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면서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생태교육, 친환경 교육, 전교생 참여 특기적성 교육은 입소문이 나 선운지구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입학·전학을 올 정도다. 현재 재학생 60명 중 절반에 이르는 27명이 학교 인근 거주자가 아닌 선운지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다.

삼도초등학교 학생들이 재배중인 옥수수와 고추.
2021년 11월 19일 열린 삼도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및 해오름 한마당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삼도초 제공

특히 소인수 학생에다 생태교육, 다양한 특기·적성 활동에 힘입어 삼도초는 ‘코로나19 무풍지대’로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기때 대부분 학교들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것과 달리 삼도초는 대면수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단 하루도 휴교를 하지 않았다.

생태교육은 또 학생들간 소통이 잘 이뤄지게 하면서, 인성도 함양시켜 최근 몇 년동안 단 한 건도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학폭없는 학교’가 된 것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소규모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개교 100주년 기념식 열어

삼도초의 ‘특별한 교육’은 도시지역 학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인근 광산구 선운지구 아파트 단지 거주 학생들이 입학·전학을 오면서 올해는 재학생 수가 지난해 대비 6명이나(?) 증가했다. 여타 농어촌 학교들의 학생 수 감소와 다른 양상이다.

삼도초 생태체험 놀이 시설.

여기에는 김숙자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김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농촌 소규모학교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 개발운영과 교육으로 ‘도시에서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었다. 김 교장 등은 자율학교가 2㎞ 이내의 통학거리 이외 지역 학생들도 모집할 수 있는 점과 삼도초만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지역 학교를 찾아 학부모, 학생들에게 농촌 소규모 학교의 장점과 특징을 설명하는 등 홍보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삼도초는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교를 졸업한 동문과 재학생, 학부모,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교 100주년 기념식’ 및 ‘해오름한마당(운동회·학예회)’을 개최해 ‘100년의 배움을 넘어, 꿈·감동·열정과 함께 미래의 희망’으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김숙자 삼도초 교장은 “삼도초의 자랑스러운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잊지 않겠다”며 “우리 학생들이 즐겁고 알차게 공부할 수 있는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활동을 마련해 미래 100년의 희망이 되도록 삼도 교육가족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