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요즘 사람 냄새나는 청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그 중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사회인지 발달이 지연된 신경 발달장애 질환)이라 불리는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이다. 또한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극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변호사이다. 그러나 낮은 EQ와 사회성 부족이 그녀의 약점이다. 누구에게는 강점과 약점이 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똑같다.

여러 평들이 갈리고 있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다루는 건 처음인 거 같다. 증상도 증상이지만, 무엇보다 ‘이상함’을 다루는 관점이나 접근 방식이 필자는 참 좋다.

인간은 사회적 교류와 소통에 대단히 민감한 지라, 자폐인을 만나면 거의 직관적으로 ‘이상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여기에서 이상한 사람은 마치 그녀 혼자인 것만 같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양한 인물을 주요하게 등장시키며, 그만큼 다양한 ‘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폐인이라면 재판을 잘 해낼 수 없으리라 확신하는 이상함, 자폐는 살인 면허라고 생각하는 이상함, 자신을 높이고자 동료를 고립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상함, 사업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이용하며 거짓말과 연극을 서슴지 않는 이상함, 탈북민은 곧 범죄자라고 믿는 이상함. 이런 이상함들에 비하면 그녀의 ‘이상함’은 갈수록 작게 느껴진다.

실제로 극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경직된 목소리 톤과 손짓, 눈 맞춤의 어려움 등은 그대로 유지됨에도 이는 더 이상 이상함으로 비치기보다는 하나의 캐릭터로 여겨지게 되며 다른 인물들의 ‘이상함’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실제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 사회 자체가 많은 이상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게 느끼게 만들어준다.

발달장애, 즉 정신적 장애를 다루는 방식 역시 세심하다고 느꼈는데, 특히 극이 진행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감정 변화를 잘 묘사하고자 한 점이 좋았다. 종종 사람들은 발달장애(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걸 잊은 것처럼 이들을 대한다. 그러나 이들도 좋아하는 것이 있고 기쁨을 느끼며, 타인으로부터 바보 취급 당한다는 것을 느끼고 불안감과 슬픔, 절망까지도 느낀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드라마이기에 갖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렇게 정신적 장애, 그중 특히나 사람들이 만나보기 어려운 자폐성 장애에 대해서 다루고 심지어 이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는 점이 정말 고무적이다. 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계기로 자폐성 장애가 어떤 것인지, 자폐인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 나아가 정신적 장애란 무엇이고 이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장애에 대한 편견에 대하여,“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그 시작점으로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행보를 응원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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