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건설업체, 주민설명회 없이 서둘러 강행
본보 3월말 보도 이후에도 달라진 것 하나도 없어
발전소 위치·부지 변경 불구 환경영향평가 무시
郡, 환경부 권고 사항 기피·막가파식 행정 ‘비난’
발전소에서 50∼250m 떨어진 마을 피해 불가피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 일원에 3MW 규모의 풍력발전소 4기가 현재 조성중에 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지역 노인네들이 뭘 알 것는가, 뭐가 지어진갑다 하제”

본보 취재진이 지난 3월말<3월 30일자 24면 보도>이후 약 5개월 여만인 1일 오전 10시께 다시 방문한 무안군 운남면 내리 일원. 이날 새벽 내내 비가 온 탓에 한참 밭에서 물고랑을 잡고 있던 한 주민이 대형 풍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운남면 내리일원에는 총 4기(1기당 3MW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건립중이다. 이 중 3개의 발전기는 얼핏봐도 아파트 20층 높이쯤 되는 타워(풍력발전기 터빈 지지 구조물)가 세워져 있었고, 여기에 블레이드(날개)와 바람 방향을 맞추기 위한 설비인 요잉시스템 등 사실상 거의 모든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였다. 나머지 발전기도 타워를 곧게 세우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막 터잡기 공사만 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빠른 속도로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깜깜이 공사 논란이 터진 올해 지난 3월 이후 수 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이 풍력발전소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할 지자체인 무안군은 물론 풍력발전소를 건립중인 업체측 조차 해당 사업에 대해 주민설명회는 물론 주민수용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서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것은 풍력발전이 주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데도 정작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풍력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100㎐(헤르츠) 이하 저주파 소음이 관측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주파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직선거리로 1㎞ 이내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주파에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 초조감, 불면, 두통 등 건강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까지 야기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안군 내리 인근에 설치되고 있는 풍력발전기 공사 현장 모습.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전남 영광군 주민 163명에게 사업주는 “총 1억3천8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었다.

풍력발전사업은 통상적으로 ‘1년간 풍향계측기(풍력발전소부지)로 풍력의 양 측정’, ‘계측 결과값 토대로 발전사업허가 신청’, ‘개발행위 신청 및 주민수용성 조사·주민설명회 진행’, ‘한전 PPA(전력 용량에 따른 전력구매계약)신청’, ‘공사계획신고’, ‘개발행위 준공’ ‘한전 수급계약 체결’ 등 여러 단계를 거친 후 최종 진행된다.

하지만 무안군은 3MW 짜리 풍력발전 4기를 짓는 대형 공사를 추진하면서도 인근 주민들의 의사조차 묻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업추진과정에서 발전소가 들어설 위치가 발전사업허가신청 당시 기준 6개서 4개로 축소됐고, 사업 부지 위치도 운남면 내리 ‘산 39’, ‘산 41-1’, ‘714-5’,‘산 107-8’, ‘711-29’, ‘산 37-2’등 6필지서 ‘산 39’, ‘41-1’, ‘690’, ‘657’ 4필지 조정되는 등 중대사안이 발생했지만 이를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바뀐 부지들이 대부분 인근 논과 밭, 주민 거주지와 가까이 붙어있는 만큼 환경영향평가 등이 진행돼야 했지만 이마저도 철저하게 무시됐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환경부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보면 육상풍력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관련 전문지식이 풍부한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환경성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혐의의견을 자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향후 발생될 문제들을 협의해 말썽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무안군은 이러한 환경부 권고사항 조차 무시한 셈이다. 무안군의 막가파식 행정행위로 인해 인근 마을 주민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당장 풍력발전소 건립 현장 주변 50~200m 내 위치한 운남면 내리 신흥마을 37가구, 200~250m 떨어져 있는 원동마을 주민 45가구 약 150여명 안팎의 주민들은 향후 풍력발전이 본격화 될 경우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군민을 위해 헌신하겠단 김산 군수의 약속과도 거리가 먼 상황이다.

지역 한 마을 주민은 “마을에 거주하는 분들 대다수가 70대 이상이다 보니 군에서 하는 일인가 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라며 “문제를 알고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군에 요청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관련 무안군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 수렴같은 일들은 법적으론 의무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업체측에서 일부 주민 대표분들과는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안다”라면서 “지난 2021년 1월께 최종 개발행위허가 승인이 떨어졌고, 풍력발전과 관련한 공정도 거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절차적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겠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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