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김현덕 교수

국내외 경제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풍전야에 놓이면서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고 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란 소규모 태풍이라도 다른 기상 조건과 맞물리면 엄청난 세력을 형성하여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의미의 기상용어였다. 경제용어로는 재정위기, 경제침체 등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파괴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 부를 만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변화에 따른 전례 없는 불볕더위 등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지각 변동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였던 경기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고공행진으로 심각한 수급불균형 상황에 놓여있다. 인플레이션은 사실 20세기의 문제로 치부되었으나 코로나 사태에 따른 각국의 양적 완화 정책과 유동성 증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류 병목현상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오늘날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유 및 곡물 가격이 폭등하여 잊고 지내던 인플레이션 시대를 재소환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플레이션’ 단어까지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 휴가철을 맞아 경제위기 상황을 풍자하는 신조어가 ‘베케플레이션’이다. 휴가를 뜻하는 vacation과 물가 상승의 inflation을 합친 말로 고물가로 항공료, 숙박비 등의 휴가비용이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빗댄 신조어이다. 이외에도 ‘런치플레이션’, ‘배달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치킨플레이션’ 등 각종 신조어가 난무하고 급기야는 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게 책임이 있다는 ‘푸틴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플레이션 홍수 시대에 유일하게 정체되고 있는 것이 서민들의 임금이다. 임금 빼고 다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경제적 상황을 후퇴하게 한다. 후퇴하는 서민의 삶은‘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으로 표현한다. 스크루는 ‘쥐어짠다’라는 뜻이다. 경기침체로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크게 올라 가계 살림살이가 쥐어짤 정도로 나빠지는 현상이다. 게다가 물가는 상승했지만,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지는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에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가해지는 고통은 퍼펙트 스톰으로 덮칠 전망이다. 더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나비효과가 ‘콘플레이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4월 국제 옥수수 가격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옥수수 가격이 치솟으면서 도미노처럼 각종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가공식품, 축산물, 유제품은 물론 기름값 상승까지 설상가상이다.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밥상 물가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분간 인플레이션 관련 신조어는 확대 재생산되며 경제위기 현상을 패러디할 것이다. 물가는 상승하고 임금이 정체되는 경제침체는 경제적 취약계층과 서민 가계에 가장 큰 고통을 준다. 이제라도 서민들이 몸소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물가를 안정화하는 정책 마련과 시스템 확보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점이다. 퍼펙트 스톰을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플레이션 단어까지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는 시대를 맞아 희망과 행복이 치솟는 ‘희망플레이션’, ‘행복플레이션’신조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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