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석(광주광역시교육청사무관·행정학박사)

임채석 사무관

누리과정은 국가의 무상보육정책이다. 국가가 3~5세 유아들에게 공정한 교육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2012년 도입에 이어 2013년 시행됐다.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한 누리과정은 보육과 돌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재원부담주체, 분담비율, 주관부처 이원화 등으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간 끊임없는 예산확보에 갈등과 논란을 겪었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국고에서 부담 하겠다”라는 제19대 문재인 대통령후보 공약에 따라 2017년도 예산안 의결과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설치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유아교육지원특별법은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한 공통의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재원은 교육세와 국고로 지원한다는 법률이다. 2022년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지원에 소요되는 총규모는 3조 8천290억 원이다. 2016년말 법률 제정 당시 201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그 후 2022년 12월까지 유효기간이 3년 연장됐다. 하지만 올해 12월말 일몰기한이 다가옴에도 누리과정 재원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올해 만료되는 이 법의 유효기간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2년 연장하려는 개정 법률안 제출은 그나마 다행이다.

2012년 도입된 누리과정 재원문제가 1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근본 대책이 아닌 한시적 임시방편이 문제다. 누리과정 시행 초기는 표면적으로 갈등과 논란이 부각되지 않았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용 중 유치원은 교부금에서, 어린이집은 국고와 지방비 부담으로 지원했다. 2015년 정부가 국고지원 없이 시·도교육청 교부금으로 전액 부담시키면서 전국 시·도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로 맞섰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의 일방적 시·도교육청 전가는 지방교육재정의 압박과 재량적 자주권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유아교육 문제는 국가책임이다. 재원도 마땅히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유아교육과 보육예산을 안정적 확보를 위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존속기간을 폐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교부금 산정방식도 변경해야 한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일몰기한을 연장, 재연장 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누리과정 지원정책은 재원문제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문제와 복잡하게 맞물려있다. 다만, 현재는 재원의 통합 외에 유아교육·보육기관의 통합과 소관부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새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단계적 유보통합을 목표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을 통한 보육·교육 국가교육책임제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복지를 뒷받침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의 재정문제로 귀결된다. 누리과정 역시 선거과정에서 구체적인 재원규모와 안정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공약이었다. 유권자들은 이제 공약만으로 후보를 검증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재원조달 대책으로 공약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실패한 정책사례에서 체험했기 때문이다. “예산과정은 곧 정치과정”이다. 누리과정 재원문제는 그간 국가책임 공감대가 형성되고 성숙됐다. 이제 여야의 정치적 결단으로 누리과정 재원문제가 진행형이 아닌 마침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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