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여름철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비는 옷을 젖게 하거나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어 누군가의 얼굴을 찌푸려지게 하기도 하고, 농작물을 성장시키는 단비가 되어 농민들을 미소 짓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비는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비가 얼마나 내리는가에 대해 우리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고, 언제부터 정량적으로 기록하고 관측하기 시작했을까?

강우량을 측정한 조선시대 최초의 방법은 호미나 쟁기로 땅에 스며든 빗물의 깊이를 잰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법은 땅의 종류나 성질 등에 영향을 받아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했다. 이후 1442년(세종 24년) 5월 8일 측우기를 이용한 전국적인 우량 관측 및 보고 제도가 확정되었다. 당시 왕세자였던 문종이 발명한 측우기는 깊이 약 30㎝, 지름 약 14㎝의 주철(鑄鐵)로 된 원통형 그릇으로, ‘주척’이라는 자로 비의 양을 약 2㎜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해 각 지역의 강우량을 더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측우기 발명과 관측의 역사는 1639년 유럽 최초의 카스텔리(Castelli)의 우량계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어느 지역에 비가 많이 오고 적게 오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했던 농경시대에, 측우기는 객관적인 흉풍 평가를 가능하게 하여 공평한 조세 징수에 큰 도움을 주었다. 측우기를 이용한 관측 및 보고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혼란을 겪은 시기를 제외하고 1907년 일제의 조선통감부에 의해 근대적 기상관측이 도입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2022년 현재 강우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오늘날 기상청은 내리는 비의 양을 ‘강수량계’라는 장비를 통해 측정하고 있다. 강수량계는 보통 빗물을 받는 입구인 수수구(受水口)의 직경이 20㎝인 원통형의 통으로 되어있고, 통 내부에 고인 빗물의 깊이를 ㎜ 단위로 소수 첫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재고 있다. 무게식 강수량계는 0.1㎜ 단위, 전도형 강수량계는 0.5㎜ 단위로 비의 양을 측정한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에는 14군데의 종관기상관측장비(ASOS)와 82군데의 방재기상관측장비(AWS)에 강수량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여러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을 자세히 관측하고 있다.

비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는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본디의 마음을 잊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기상청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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