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 선거, 체육회 분열 이제 안된다”
민선 체육회장 선거 후유증 커
중앙선관위 선거 업무 위탁 등
선거인 수 배정 업무 투명 필수

광주광역시체육회./남도일보 D/B

2019년 우리나라 체육은 대변혁을 겪었다. 지방체육회장을 겸임한 역대 지자체장들이 선거운동에 체육회 조직을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면서 관변 체육회를 민선체육회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정치권의 영향력이 체육계로 미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도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자체장의 체육회장 겸임을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0년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민선체육회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달랑 회장만 바꾸는 졸속으로 민선체육회가 출범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남도일보는 민선체육회의 재정 독립, 체육회장 선출 문제, 체육회 개선 방안 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체육회 사무처가 선거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규정 미숙으로,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상동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자 “졸속으로 치러진 선거로 인해 광주지역 체육회가 사분오열 분열됐다. 차기 회장 선거는 명확한 원칙에 의한 선거가 돼야 한다. 과열, 혼탁으로 광주체육회가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며 광주지역 체육계에는 성토가 빗발쳤다.

민선 체육회장 선거 문제는 광주시체육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 2020년 1월16일 시행됨에 따라 17개 시·도 체육회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가 체육회장 선거 체제에 들어갔다.

각 지역 체육회는 민선 회장선거를 위한 공정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광역 시·도단체를 비롯해 시·군 체육회 역시 체육회 규약 및 선거관리 규정 개정과 함께 본격적인 회장 선거 운동이 시작되며 전국 체육회가 들썩였다. 일부 체육회의 경우 다수의 후보군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후보가 난립했고 선거 과정에서는 네거티브가 극성을 부리는 등 기성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혼탁 선거와 판박이 모습을 보였다.

결국 조용했던 체육회는 민선 체육회장 선거로 인해 체육계의 분열 양상이 극에 달했고 체육회 존폐문제까지 우려되기도 했다.

첫 선거 이후 상당수 체육회는 “선거로 인해 스포츠계가 분열되지 않도록 체육인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체육회장 선거가 과열될 경우 자칫 또 다시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출마 후보군들 간 대승적 차원의 지혜와 미덕이 필요하다”, “차기 선거는 후보가 단일화 또는 추대 형식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올해 치러질 선거부터는 체육회가 맡았던 선거 업무 일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선거 업무는 각 지방체육회에서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운영위원회에서는 선거인 수 배정, 선거인명부 작성,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조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후보자 등록, 기탁금 관리, 선거관리·계도·홍보, 위반행위 단속, 투표 및 개표 등 선거 관리 전반에 관한 사무는 관할 선관위에서 맡는다.

다만 선거인 수 배정 업무와 관련해서는 광주시체육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민·관·언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광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보궐선거를 타산지석 삼아 이번 회장 선거부터는 관련 법령에 따라 선거관리 업무가 관할 선관위로 위탁되는 만큼 선거 과정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선거인 수 배정부터 체육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깨끗한 선거를 통해 우리 체육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는 전국 동시 선거 방식으로 실시하고 시·도체육회장 선거일은 12월 15일, 시·군·구체육회장 선거는 12월 22일에 치른다. 지방체육회장 선거의 입후보를 위해서는 시·도체육회장의 경우 11월 15일까지, 시·군·구 체육회장의 경우 11월 22일까지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비상임 임원은 후보자 등록의사 표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상임 임원은 사임해야 한다. 회장 입후보를 위한 기탁금은 당초 5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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