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여봐라! 사령은 즉시 저놈을 끌고 이웃 고을 장터 종이 가게로 가서 저놈이 판 종이를 되찾아오고 그 종이 지게를 버린 곳으로 가서 찾아오도록 하라! 그리고 종이를 산 종이 가게 주인도 잡아 오도록 하라!”

정사또가 사령을 보고 엄히 명령을 내렸다.

“예! 사또 나리! 명령 받들겠습니다!”

사령이 천양현을 앞세우고 포졸들과 함께 말을 타고 급히 달려나갔다.

“김영필과 남구용을 하옥하라! 종이와 종이 지게를 찾아오면 다시 문초하겠다! 그리고 이방은 오늘 오후에 종이를 사서 바친 포졸과 아전들을 모두 모이게 하라!”

정사또가 이방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 사또 나리!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정사또가 관아 대청에 놓인 의자에서 일어나 나갔다. 나졸들이 김영필과 남구용을 끌고 가서 옥에 가두었다.

관아 별관 방으로 들어간 정사또는 마부를 불렀다. 마부가 쪼르르 달려와 정사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놈아! 너의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질 준비는 되었느냐?”

정사또가 마부를 바라보며 준엄하게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소인 같은 어리석은 자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마부가 고개를 조아리고 우는 시늉을 했다.

“허흠! 고놈!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정사또가 추궁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입을 잘못 놀려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부가 고개를 납작하게 조아렸다.

“좋다! 아직 종이 지게를 확인하지 않았으니 그것을 확인한 연후에 다시 말하리라! 너는 지금 당장 예향옥(藝香屋) 술집으로 가라! 가서 거기 있는 기생(妓生) 청아(淸雅)를 사또 나리의 명이라 하고 바로 데리고 오너라! 내 긴히 할 말이 있다. 어서 가라!”

정사또가 마부에게 말했다. 도대체 정사또는 왜 예향옥의 기생 청아를 불러오라고 하는 것일까? 술이 만취한 그 날밤 관아 밖 번화한 시장 거리를 돌며 이 집 저 집 기생집을 들락거리며 술을 마시던 정사또가 유독 영특하고 어여쁜 청아에게 마음이 쏠려서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내고, 또 지푸라기 들 힘만 있어도 사내는 여자를 건드는 것이라고 하더니 정사또가 청아를 마음에 둔 것일까? 마부가 벌떡 일어나 청아를 데리러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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