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2020년 1월, 서울시는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고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년 불평등 완화를 위한 범세대, 범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한다. 각 영역의 주요 전문가와 당사자의 협력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최종 목표로 하는 이 기구의 출범은 청년정책 분야의 패러다임이 마침내 ‘불평등’으로 옮겨가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낳기 충분했다.

이런 기대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당시 서울시는 청년단체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가장 모범적인 청년정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청년에게 5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지원하여 구직과 진로 모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수당’ 사업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다소 실험적인 이 사업을 서울시는 한국 최초로 도입한다. 그러나 2016년 당시 박근혜 정권의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지방정부의 권한을 넘어섰다며 청년수당 사업을 ‘직권 취소’하였다. 대법원 제소까지 가는 우여골절을 겪었으나 결국 청년수당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합의 끝에 2016년 도입되었다. 이후 전국의 많은 지방정부는 청년수당을 시행하였고,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청년수당과 같은 형태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입한다. 이런 맥락에서 2020년 1월, 서울시가 ‘불평등’을 청년정책의 주요 의제로 발표한 것이니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하지만 불행하게도 ‘청년 불평등 완화를 위한 범세대, 범사회적 대화 기구’는 출범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거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 것. 그는 취임 직후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말하고 청년 사업 등을 맡아온 기존의 민간 위탁기관들을 혈세 낭비의 주범으로 낙인찍는다. 청년수당을 담당해온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편파적인 사업 취소, 예산축소가 이뤄졌으며 청년이 직접 제안하고 결정해온 무수한 청년정책도 폐기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의 청년정책 방향, 전달체계, 청년단체와의 우호적 협력관계 등 많은 성과를 아주 쉽게 뒤집어 버렸다.

한편, 오 시장은 최근 흥미로운 청년 사업을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청년 영테크’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취업사관학교’ 사업이다. 청년 영테크 사업은 자산 형성이 어려운 청년에게 재테크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여 자산 불평등 문제를 ‘주식투자’와 재무설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불평등 문제를 투자와 지출 설계와 같은 자기 계발과 관리, 개개인의 능력의 차원으로 환원해 접근하는 것인데, 과연 주식투자로 자산을 형성할 정도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청년 개미는 몇명이나 될지 의구심이 앞선다. 다음은 청년취업사관학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디지털 신기술 실무역량 교육을 통한 디지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주목할 것은 사관학교 교육생 선발 과정이다. 신청자의 기본 자격 확인과 기초지식 레벨 테스트를 진행한 후 다시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또한 교육 의지 제고를 위해 최대 20만원의 예치금을 조건으로 내건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된 청년이 이 사업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취업 의지의 확인을 이유로 예치금까지 강제하고 있어 취업난을 청년 개인의 ‘의지’와 연결하여 노력 부족이나, 의지의 빈약함 문제로 접근한다. 포용성이 전제되어야 할 사회정책이 개인의 능력과 경쟁, 자격과 검증의 잣대를 앞세우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발상과 접근은 오세훈 시장 개인의 철학이나 특성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이름만 다를 뿐, 이와 유사한 사업들이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으니까.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는 특히 청년 세대 안에서 더 극명해지고 있다.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중앙, 지방정부에서 내놓은 청년정책은 앞서 말한 두 개의 유형으로 구분 가능하다.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협력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개개인의 능력 문제로 환원하여 자기 계발 및 관리 프로젝트로 해결할 것인가. 사회적 협력은 청년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자기 계발 및 관리 프로젝트는 청년을 해결해야 할 문제적 대상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2020년 1월, 청년정책의 핵심을 불평등 문제로 보려고 했던 당시 서울시의 시도는 2022년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