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충격은 기억에서 참 오래간다. 어떤 것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며, 또 잊어버리면 사람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반면에 어떤 일은 빨리 잊어버리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일제 침략의 역사가 그렇고, 안타까운 죽음 같은 일들은 틀면 나오는 텔레비전 영상처럼 뇌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작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곧잘 나타나고 한다.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잠시 망각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싶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점차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먹고 살기에 바쁘고, 기억을 더듬어 재생하면 안타깝고 때론 짜증이 앞서고, 힘과 무기력, 바름과 그름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정의에 대한 모순, 그 모순에서 오는 레세페르, 즉 ‘될 대로 되라’식의 사고가 잠시 잊어버리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베의 죽음만 해도 그렇다. 그에 대한 애도는 사람이 죽었으니 살아있는 사람의 예의라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베 신조가 수상일 때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였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부품을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말라고 명령한 인물이다. 부품이 없으면 공장이 당장 돌아가지 않는데도 그랬다. 그는 틈만 나면 군국주의 부활을 획책했다.
그의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다. 그는 1930년대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당시 731부대 부대장을 맡았다고 한다. 그 피가 섞인 인물이 아베 신조고, 아베 신조는 조상으로부터 혈족의 학습을 이어받아 발톱까지 군국주의로 무장된 인물이다.
아베 신조의 고조(高祖)(오오시마 요시마사)는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우리나라를 침략한 인물이다. 명성황후 시해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의 고문을 주도했고 심지어 ‘안중근’ 의사 재판에서 일본법을 적용해 ‘안’의사를 사형시킨 인물이다.
그의 고조는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요시다 쇼인은 한반도를 정벌해 일본의 국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정한론’으로 알려진 곳(초슈 번), 지금의 야마구치현 출신의 사무라이다. 요시다 쇼인의 제자인 이들이 바로 일본 우익 진영의 정신적 지주다. 그러니까 아베 신조의 뿌리가 사무라이 요시다 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군국주의 학습혈통은 아베의 죽음으로 끝내야 한다. 그것이 에스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학습해제(Unlearning), 말하자면 지금까지 아베 가문의 피에서 묻어나오는 군국주의에 대한 학습, 그 학습에서 배우고 이어온 것을 해제하는 이른바 학습해제 방법이다.
세계는 지금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사우디 석유증산에 매달렸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빈손으로 돌아가 망신살이 뻗쳤다. 지금 그는 반도체 동맹으로 힘을 모으려 하지만,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러 땜에 한쪽 더듬이가 떨어진 개미마냥 방향을 잃은 듯 보인다. 플랜C는 고사하고 플랜B조차 보이지 않는다. 서방은 무기고가 비어가고, 유럽은 기름과 가스탱크가 비어간다.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해방 77년을 맞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때 우리의 액션은 뭘까! 중국과 디커플링하고 서방으로 가야 할까, 반도체 60%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을 못 본 척하고 미국과 손잡고 유럽으로 가는 게 맞을까! 혼란스럽다.
요즘 유라시아 “중·러의 반패권동맹이 이처럼 빠르게 실체를 들어 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사람이 많다.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중 누군가가 서방이나 동방에서 뺨 맞고 화풀이는 우리 대한민국에다 할 것이다.
우물쭈물하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맞았다. 36년 동안 올바른 정신으로 견디기 힘든 일을 경험했다. 그랬다. 우리 민족을 그렇게도 짓밟은 일본은 아직 반성의 역사가 없다. 반성이라는 답을 알면서도 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차시에 일본에게 다시 묻는다. “응답하라” 과거를 반성하고 참회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답을 알고 있으면서 답을 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라! 솔직하게 침략행위를 인정한다고 해서 일본 국익에 무슨 손해가 있는가?
1970년 독일의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콜 총리도 1987년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잊거나 숨기거나 경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2004년 “독일인들은 나치의 범죄를 생각하면 부끄러움 속에서 몸을 수그린다”고 했다.
독일 총리들의 이런 역사 인식에 대해 누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는가. 아베 총리도 죽었으니 군국주의 학습해제 차원에서 올여름 일본이 배워야 한다. 헌법을 고쳐 전쟁국가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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