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밀집 ·고교는 텅빈 ‘한국형 기러기 아빠’ 양산
빛누리초 학생수 1천 300여명 과밀화 문제 ‘심각’
특목고 없다보니 중학교 이후부턴 학생수 감소 뚜렷
정주인구 5만명 달성 실패 주 원인·특목고 유치 대안

 

빛가람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개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10여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기능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지만 아직도 ‘교육’분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란 목소리가 크다.

16개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입주하면서 수도권을 생활권역에 뒀던 이들의 눈높이로 봤을 때 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교육 여건이 못마땅해서다.

인근 초등학교는 밀려드는 학생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고, 반대로 학년이 높아지는 중·고교는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당장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젊은 부부들이 늘면서 초등학교에 보내는 사례가 늘지만 대학이란 궁극적 목적을 위해 이후 학년 진학은 보다 환경이 좋은 타 지역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혁신도시 ‘정주인구 5만명’ 목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알맹이 없는 양적성장

지난 2014년 한전을 비롯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기관 입주가 본격화되자 이주민들은 당시 ‘교육 인프라’개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생활영역의 급격한 변화속에 가족 전체 이주를 고려했어야 했던 만큼, 아이들의 학교문제가 특히 중요하단 판단에서다. 가뜩이나 민감한 연령인 중학교 이상 자녀를 둔 경우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혁신도시 이전기관 이주민들은 자녀들의 고등학교 진학 여건 부족 등을 이유로 가족 전체 이동이 어렵다며 그 대안으로 고교 진학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고교공동지원제’를 요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도시만 딱 떼 명문학교들이 많은 광주 학군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다. 차선책으로 가칭 (한전)사립고 등 여타 사립고 신설 요구도 나왔다.

이러한 우려들은 밑바닥에 가까웠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교육 환경 탓이 컸다.

이 무렵엔 보육을 책임진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도 부족했다. 초·중·고 학교까지 어느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다.

보육과 교육의 공백문제는 ‘혁신도시=교육 NO’란 인식을 이주민들에게 강하게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 아빠는 나주라는 기형적 ‘한국형 기러기 아빠’들을 무더기로 양산하는 배경이 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가족 전체 이주률이 채 70%(2020년 기준)를 넘지 않는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들어선 매성중고등학교 전경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초등학교‘과밀화’문제 직면

현재 공식적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정주 인구는 약 3만 9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입주 초기 3천 8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구성장세는 뚜렷하다. 이 사이 혁신도시 내 교육 환경에도 변화가 없던 건 아니었다.

빛가람초등학교가 2014년 3월 신설된 이후 순차적으로 빛누리초등학교, 한아름초등학교, 라온 초등학교 등 4개 초등학교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빛가람중학교(2014년 3월 신설)를 시작으로 금천중, 매성중 등 3개 중학교들이 설립됐고, 봉황고(2014년 3월 신설), 매성고 등 고등학교도 2곳이 문을 열었다.

공립단설 한아름유치원(2014년 3월 신설)을 시작으로 현재 8개 유치원이 운영 중이다.

분명 눈에띄는 양적성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은 여전히 냉랭하다. 과거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서다.

당장 초등학교에 경우 학급 과밀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빛누리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수가 1천3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빛가람초등학교 949명, 라온초등학교도 학생수가 883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전체 학급 당 학생수 비율이 평균 24명에 달할만큼 높다. 광주 등 인근 대도시 초등학교 상당수가 학급당 평균 인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궁여지책으로 라온초등학교의 경우 시설 증축에 나서고 있지만 밀려드는 학생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신설 예정인 매성초등학교가 정식 개교를 한다면 숨통이 틔이겠지만 한아름초등학교 정원(622명)이 다 채워지지 않은탓에 자꾸 개교가 미뤄지면서 당장의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 자연스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년 높아질수록 학생수 감소

이러한 초등학교 과밀 현상 원인은 혁신도시 내 젊은층 수요 예측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 입주 초기인 2014년때만 하더라도 연령 구분없이 일단 나주로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공공기관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인 현재,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50대 이상 직원들의 혁신도시 발령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20~30대 직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 공기업 지역할당제 정책 등으로 취업에 성공한 지역 거주자들의 혁신도시 입성도 늘었다. 이는 전국 혁신도시 대부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난해 6월까지 기준, 혁신도시 내 평균 연령이 34.1세로 젊은도시로 변모 중이다.

문제는 젊은층 유입 속도 만큼 교육인프라 개선 속도는 뒷받침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장 초등학교는 그렇다쳐도 수도권서 교육받고 성장한 이주민들을 충족시킬만한 대형 학원이나 명문 사립고 부재 등 미래를 그릴 교육시설들이 현재도 태부족이다. 이는 고학력으로 갈수록 지역 학교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빛가람중을 비롯한 혁신도시 중학교 3곳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약 21명이다. 전체 학생수도 500명대에 불과하다. 봉황고 등 2곳 고등학교는 이보다 더 낮아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약 18명, 전체 학생수는 3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고 3학생들의 경우엔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17명에 불과하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교육환경이 보장된 광주나 본래 거주하던 서울 등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란 것이 지역 교육 전문가들 분석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학전형에 맞춰 혁신도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경우를 몇번 봤다”며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떠난다. 여기(나주)에 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나주에서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다”면서도 “교육이란 것이 꼭 학교란 단편적 문제만은 아니다. 주변 학원이나 과외 등 명문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관련 시설들이 추가로 들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목고 유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