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8월, 뜨거운 여름을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기찻길 옆엔 선홍빛 옥수수/ 간이역에 넉넉히 핀 백일홍/ 모두가 꿈을 이루는 8월이다” (최홍윤의 시, 8월에는) 시인은 대자연이 뜨겁고 격렬한 여름을 견뎌내는 것은 이 과정을 거쳐야만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자칫 덥다고 타박 맞을 여름을 되려 찬미 하고 있다.

정치과정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통해 치열한 싸움을 하지만 선거 뒤에는 좀 더 나은 일상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라가 반쪽이 날 정도로 어수선한 그 과정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취임하고 100일을 넘겼는데도 아직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미래가 불안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다시 확산되고 있어 민생은 암울하기만 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솔직한 술회처럼 처음 해보는 대통령 직이라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이 여름을 견디고 있다. 약 100년 전 막스 베버는 이런 정치 신인과 입문자를 위해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에서 친절한 충고를 해주고 있다(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2017)

베버가 가장 중요시 한 것은 권력의 행사였다. 권력을 모든 정치행위의 불가피한 수단으로 보고 권력을 신중하고 지혜롭게 선용하라고 말한다. 국가는 권력이라 칭하는 합법적인 폭력을 독점하는 지배체제로서 사람의 목숨까지도 빼앗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권력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하라고 타이른다.

그에 의하면 정치가는 우선 매 순간 경박하고 지극히 속물적인 허영심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은 대의에 대한 헌신과 분별력을 잃게 하여 죄악의 시발점이 되는 마음의 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가가 허영심에 도취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여기게 되며, 객관성을 잃고 권력의 화려한 외양만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권력자의 무책임은 실질적인 목적도 없이 권력 자체를 향유하는 질곡에 이르고 만다.

벼락처럼 갖게 된 권력을 행사하면서 우쭐대며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보다 정치가에게 위험한 것은 없다. 비록 ‘힘의 정치가’로서 지금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지 몰라도 그의 힘은 사실 공허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무수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런 힘의 정치가들은 갑자기 좌절하기도 하는데, 그의 공허한 제스처 뒤에는 내적인 허약함과 무력감이 숨겨져 있다는 증좌이며, 이것이 권력의 비극적 측면이기도 하다. 이렇듯 잘못된 권력행사는 정치권력 본래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는 권력행위의 내적 근거로 대의에 대한 헌신을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베버는 간곡히 충고하고 있다.

한편, 자신이 가진 권력을 적절히 활용한 정치가로는 1912년 시작된 석탄파업을 슬기롭게 해결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있다.(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굿윈, 강주헌 역, (주)로크미디어, 2020) 독점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에 석탄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던 노조가 파업으로 맞섰고, 기업은 직장을 폐쇄하며 극한대립을 하였다. 산업과 가정의 주요 에너지였던 석탄생산 중단은 국가적 위기였다.

루스벨트는 먼저 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연방군을 투입하고 석탄산업을 공기업화 할 수 있다고 넌지시 양측을 압박하였다. 이런 선언이 주효하여 우선 생산이 재개되고 그 후 노조의 요구사항도 대부분 현실화 되었다. 그는 권력이라는 칼을 휘두르지 않고 칼집만 보여주고도 정치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였다. 그의 이런 해법은 이후 자본주의 국가의 갈등해결의 모델이 되었다. 루스벨트는 러시모어국립기념공원에 새겨진 4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여전히 미국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며칠 전 더위를 피해 ‘한산’을 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오르는 영화였다. 충무공은 임진왜란을 의를 위해 불의와 싸우는 전쟁으로 규정한다. 대의에 헌신하는 권력의 행사가 승리의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장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의를 위해 불의와 대적하는 패러다임은 오늘의 정치에도 유효한 권력행사의 기준일 것이다. 대통령께서 참모들과 함께 ‘한산’을 단체관람 해보시길 정중히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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