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50대 주부에게 광주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걸리는 코스트코 대전점에 왜 쇼핑을 가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상품 종류가 많고 가격이 싸기 때문이란다. 대량으로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면 기름값과 통행료를 빼고도 남는 장사라고 했다. 대전 인근 가게 주인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떼다가 판다고 곁들였다. 만약 광주나 인근에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대형 할인점이 있으면 왜 대전까지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성비 갑을 찾아 쇼핑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광주·전남 최초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광주에 들어서길 원하는 시민들도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소비문화 변화 속에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잠잠하다가 20대 대선 당시 지역 핫이슈로 떠오른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문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지역공약으로 채택되면서 지역에서 논란과 파장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 취임이후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국내 ‘유통 BIG3’ 참여가 확실시되면서 유치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 데 이어 롯데백화점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윤장현 광주시장 재임 당시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그룹이 광주 복합쇼핑몰 조성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지난 17일 어등산 부지에 ‘스타필드 광주(가칭)’ 건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스타필드를 운영 중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광주를 쇼핑·근린생활시설, 체험형 콘텐츠, 레저와 휴양이 결합된 초대형 규모의 체류형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계획이다. 도심 외곽 지역인 만큼 교통 혼잡이 덜하고 접근성도 뛰어나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광주·전남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어등산 부지는 광주시와 서진건설간의 법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선수를 쳤다. 현대 측은 지난달 6일 ‘유통 BIG3’ 중 맨 먼저 대규모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 현대 광주’(가칭) 출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는 부동산 개발기업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와 광주 북구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 29만3천290㎡(약 9만평) 가운데 일반상업용지 내에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접목한 미래지향적 도심형 문화복합몰 설립 계획을 내놨다. 쇼핑, 문화와 레저 등을 접목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해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 국제 규모의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등을 추가 유치할 예정이다. 인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한 ‘야구인의 거리’와 방직 산업 문화유산을 토대로 ‘역사문화 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는 지역 주요 거점별로 후보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북구 본촌산단 롯데칠성 광주공장 부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여서 빨리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 BIG3’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전을 보면서 즐거움보다는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기업 및 경제논리’에 앞서 ‘정치적 논리’가 불을 지피지 않았느냐는 우려에서다. ‘민주·평화·인권 도시’를 부르짖는 광주가 스스로 복합쇼핑몰 건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에 빌미를 주지 않았느냐는 반성도 든다. 역대 민주당 소속 광주시장들이 표를 의식한 나머지 복합쇼핑몰 건립에 속도를 내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광주에 다양한 즐길 거리 등을 겸비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시민들의 편익 증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규모 복합쇼핑몰 한두 개 생긴다고 광주가 천지개벽할 일도 아니다. 열쇠는 인·허가권자인 광주시가 쥐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출범한 ‘국가지원형 복합쇼핑몰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논의해온 복합쇼핑몰의 기능과 성격 등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업체 선정과정에서 티끌만한 특정 기업 특혜 논란의 소지도 없어야 한다. 오로지 시민 편익과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뚝심의 ‘강기정호(號)’를 기대한다. 광주시가 ‘경제논리’를 떠나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 광주 복합쇼핑몰은 또 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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