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현수막 걸지 않기” 결의
기초의회 동참…현수막 눈에 띄게 줄어
“환경보호·도시 미관” vs “왠지 허전”
지방의원 자제·국회의원 걸고 ‘엇박자’
군소정당·무소속 의원, 홍보 반사이익도

 

추석을 맞아 광주광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명절 불법 현수막 근절에 동참했으나 한 시의원이 현수막 제작 업체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홀로 현수막을 걸었다가 몇 시간 후 떼어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독자 제공

올해 추석 기간 광주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불법 현수막 근절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관행으로 여겨진 명절 ‘현수막 정치’가 점차 사라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광주 지방의회에 따르면 시의원 23명 전원(민주당 22명·국민의힘 1명)은 추석을 앞둔 지난 7일 명절마다 어김없이 내걸리던 ‘불법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름이나 직함, 얼굴 사진은 물론이고 귀성객 환영이나 명절 덕담이 담긴 문구도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

정치인들의 명절 현수막 대부분이 법적게시대가 아닌 가로등이나 가로수, 건물 외벽에 내걸리고 있는데 관할구청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게시물인 만큼 자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특히 현수막 게시가 일회용에 그쳐 환경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도 한 몫했다.

광역 의원들이 불법 현수막 근절에 솔선수범하자 일부 기초의원들도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민주당 소속 서구의회와 광산구의회 의원 전원도 불법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했고 일부 구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현수막 안 걸기 릴레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행정관청인 광주 서구도 지역 내 명절 맞이 인사말 프랑카드 게첨이 예상되는 각 정당과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 불법광고물 금지와 단속을 예고하는 공문을 발송·전달하면서 적극 행정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 결과 명절 때마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귀성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던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말 현수막은 예년과 달리 눈에 띄게 사라진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다수 긍정적이었다.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온 이아람(27·여)씨는 “명절에 고향에 오면 현수막이 무성해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환경 보호와 도시 미관을 위해 불법 현수막 근절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향객 김경석(47)씨는 “불법 현수막 근절에 대해서는 찬성이다”며 “무성히 걸려있는 현수막보다 띄엄 띄엄 걸려있는 현수막이 더 미관에 안좋아 보인다. 이번 기회에 다 정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래된 관행이었던 만큼 막상 현수막이 사라지니 허전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민 이민혁(51)씨는 “명절 현수막은 정치인의 이름과 내 지역구에 누가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현수막이 전보다 덜 걸려있으니 휑 한 기분이 들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불법 현수막 근절 움직임이 광역의회 차원 결의와 자발적 동참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지역 내에서 당 차원의 확산까진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들은 불법 현수막 자제 분위기를 이어간 반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예전처럼 얼굴 사진을 담아 예산 확보 등을 알리는 현수막 정치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풀뿌리 지방의원들이 솔선수범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2년 뒤 총선을 겨냥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불법 현수막으로 얼굴 알리기에 주력한 셈이다.

한 시의원은 현수막 제작 업체의 실수로 시의원 중 나홀로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곧바로 떼어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전국 공통적인 정당 활동 일환으로 정당 홍보 현수막을 각 지역위원회와 위원장 이름으로 내걸었지만 광주 지방 정치권의 흐름에 역행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의원과 시당 차원의 현수막 게시를 제외하곤 민주당 광주 지방의원 다수가 현수막을 내걸지 않은 가운데 군소정당·무소속 일부 의원들은 현수막을 내걸며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매년 명절마다 현수막 자리 다툼이 치열한데, 이번 추석에는 잘 보이는 장소에 내건데다 현수막 수가 현저히 줄어 홍보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후문이다.

반(反)민주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만큼 인지도 올리기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진보당 소속 한 기초의원은 “민주당도 선거 전 명절에 현수막을 다 내걸었지만 이제와서 이런 행동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소수정당은 구민에게 조금이라도 얼굴과 이름을 알려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명절은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인만큼 ‘불법 현수막’이 아닌 합법적 홍보방안을 강구하고 ‘현수막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광주 지방의원들의 불법현수막 근절 움직임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켰다고 본다”며 “관행처럼 여겨진 명절 불법 현수막 내걸기가 아닌, 합법적인 선에서 현 시류에 맞게 시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정치문화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세영·이현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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