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가을의 문턱인 9월 3일 토요일은 아주 소중한 선물을 받은 주말 오후였다. 요즘 농사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에,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토종 씨앗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지인의 소개로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보자기 장터’를 찾았다. 옛날 광주학생회관이 청년들의 문화 재생공간과 쉼터로 바뀌어 대학생 또래의 젊은이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 속에서 삶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행사는 크게 나눔과 캠페인으로 진행되었다. ‘나눔’은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에서 준비한 토종 배추(구억배추와 청방배추) 모종과 토종 씨앗(무, 갓, 당근, 상추, 뿔 시금치 등)을 나누어주었다. 토종 모종과 씨앗을 선물로 받은 방문객들은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농산물을 구매하거나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농부팀’에서는 여러 작은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했고, ‘음식 수공예팀’에서는 우리 밀로 만든 통밀빵이나 전통약과, 식혜, 청귤청, 생들기름 등 다양한 먹거리와 소창행주, 나무도마, 향초 등 20여 종이 넘는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판매했다. ‘캠페인’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방지’, ‘세계 기후 위기를 위한 행동’, ‘합성세제 추방’,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 다양한 내용으로 방문객들이 참여하여 퀴즈도 풀고, 기념품도 받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특히 빈 우유갑 10개를 가져오면 보자기 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0원 쿠폰도 받는 기쁨이 있었다. 행사장 마지막 코너에서는 ‘순식물성 세제’ 무료 나눔을 실시해 양손에 감사와 기쁨을 가득 안고 행사장을 나왔다.

필자는 당일 토종 씨앗을 얻으러 갔다가, 씨앗 이상의 큰 생명과 희망을 안고 돌아왔다. 우선 대학생 또래의 젊은이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보았다. 당일 ‘보자기 장’ 행사에 청소년삶디자인센터를 이용하는 50여 명의 청년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였고, ‘캠페인과 나눔’ 부스에서는 “지구를 살립시다. 자연을 보호합시다”라고 외치는 모습 속에서 건강한 생명을 보았다. 또한 자신들이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농산물 판매장에서는 작은 보따리 한두 개를 풀어놓고 미소를 잃지 않은 농부의 순박함이 보였다. 이러한 행사에 상업성이 가미되면 행사의 의미가 감소할 수 있는데 당일 장터에는 ‘광주 토종학교’와 ‘호미 한 자루 도시농업연구소’, ‘순애보 농장’, ‘청년 보부상’, ‘원시인 마을’ 등 몇몇 소규모 농부들이 참여하여 수익성보다는 나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농작물을 심은 뒤, 씨앗을 받아 다음 해에 파종하여 대를 이어 씨앗을 보존했다. 이러한 토종 씨앗은 수백 년 이어오면서 진화해왔으며, 우리 기후와 토양에 적응해온 종자들이기에 병해충에도 강하다. 그러나 토종 씨앗은 점차 편리한 개량종 씨앗에 밀려 찾아보기 힘든 위기에 놓여있다. 요즘 종묘사나 농약사에서 구매하는 씨앗이나 모종의 대부분은 1년생으로 매년 구매해야 하며, 기후조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병해충에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기 장’에서 받은 토종 씨앗은 우리의 역사를 거슬러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듯 소중했고, 직접 그 토종 씨앗을 뿌려 내년에 생명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당일 ‘보자기 장’ 행사 장소는 교통편(지하철, 버스 등)에서 접근성이 좋았고, 행사장 공간의 넓이가 적당하여 시끄럽지 않아서 좋았다. 또한 많은 젊은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과, 상업성이 없는 순수한 농부의 참석, 특히 환경을 주제로 한 캠페인이 더해져서 더욱 좋았다. 단지 아쉬움이라면 행사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되어 시간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토종 씨앗 보존의 중요성이나 토종 씨앗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을 알리는 전시공간이 만들어졌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다. 앞으로 이와 같은 행사가 연속성을 가지고 또 진행된다면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도록 언론과 지자체의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토종 씨앗이 널리 보급되고, 더욱 많은 종류의 토종 씨앗들이 우리 땅에 가득 심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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