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별장·배출신고제 도입해 악순환 막아야”
광주전역서 수집·운반업체 법 위반
손익 계산·처리업체 부족 등 이유
서울·김포·고양시 벤치마킹 필요
임시 선별장·폐기물 신고제 운영
“지자체 적극적인 의지 동반돼야”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불법적인 처리 행위가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에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나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과 함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 시내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불법으로 건설폐기물을 중장비를 이용해 분류 작업 중인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건설폐기물 불법 처리가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집·운반업자들의 자성이 요구되는 한편, 투명하고 환경친화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해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건설폐기물 처리업계의 전반적인 실태를 토대로 건설폐기물 불법 처리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불법 처리 횡행해도 지자체는 ‘감시 소홀’

남도일보 취재진은 지난 14일과 20일·22일 광주시 5개 자치구의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 10여곳을 탐방해 이들 업체의 불법적인 폐기물 분리·선별 현황을 확인했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폐기물을 분리·선별·파쇄하는 처리 행위는 ‘중간처리업자’에게만 부여된 권한이다. 하지만 수집·운반업체의 자체적인 분리·선별이 진행 중이었다.

이런 실상에서도 자치구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광주 지역에 등록된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는 총 104곳이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폐기물 불법 선별 행위에 대한 적발 건수는 동구 0건, 서구 18건, 남구 0건, 북구 13건, 광산구 21건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역에서 매일같이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3년간 적발 건수가 52건에 불과한 것은 자치단체가 관리·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 했다. 특히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1건도 적발하지 못한 자치구는 사실상 불법행위를 방조한 셈이라고 관련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먼지·침출수·악취 발생해도 환경은 ‘나 몰라라’

불법 처리의 가장 큰 문제는 오염 방지를 위한 적정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분리·선별·파쇄 등 건설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소음은 물론 비산먼지와 침출수·악취가 유발될 수 있는 바, 수집·운반업자가 관할 지자체에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받거나 중간처리업자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방진벽·방진덮개·바닥포장·지붕설치 공사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광산구의 한 중간처리업체는 오염 방지 시설을 갖췄음에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분진으로 인근 논밭에서 작물 재배가 불가해짐에 따라 해당 지주에게 매년 보상금을 지불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조장하는 구조적 허점 곳곳에

불법 행위가 만연된 건 ▲5t 미만 폐기물의 신고의무 면제 ▲특정 지역에 편중된 중간처리업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등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5t 이상의 건설폐기물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통해 배출·처리해야 하지만, ‘공사장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5t 미만의 건설폐기물은 신고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 신고 의무가 없으니 민간업체의 특성상 영리를 목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게 된다.

또 광주에서 운영 중인 중간처리업체 5곳 모두 광산구에만 존재해 광산구에서 멀어질수록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혼합폐기물을 받아주는 중간처리업체가 1곳에 불과한 점도 불법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자의 전언이다.

폐기물 배출자가 배출단계에서부터 분리배출해야 하는 폐기물 관리의 기본사항이 혼잡한 공사현장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도 불법 처리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공적 관리 강화 필요

현재의 불법 처리 해결 방안으로는 공적 관리 강화와 함께 지자체 및 업계의 적극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19년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에 내린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 제5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적정히 처리하기 위해 공공선별장 등 처리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건설폐기물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받은 업체를 지정해 공공선별장으로서 운영할 수 있다.

임시보관장소는 폐기물의 반입·반출량을 매월 지자체로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환경보강시설이 설치돼 있어 안정적인 폐기물 관리가 가능하다. 이에 경기도 김포시와 고양시는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받은 민간업체와 협약을 맺고 공공선별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광주지역 자치구는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시민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공공선별장 운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받은 업체도 11곳이 있지만 위탁 운영도 전무하다.

서울특별시가 지난 4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배출신고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배출예정일 1~3일 전에 배출자가 배출품목, 배출량, 운반방법 등을 관할 자치구에 신고하는 제도이다. 서울시는 배출신고제가 성상별 분리배출을 유도함으로써 가연성 폐기물의 직·매립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처리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사장 생활폐기물 기준을 2t 미만으로 변경하는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해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며 “수집·운반업자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이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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