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행불자 유골 확인 ‘최초’
그동안 신군부 주장 거짓 증명
옛 광주교도소 습격 폭도 둔갑
“사망 경위·연관성 과제 중요”

5·18 행불자 유골 나온 옛 광주교도소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무더기로 발굴된 유골 262기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의 유골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5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262기의 유골 중 1기가 행불자로 인정된 A씨의 가족 DNA와 99.9%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중 1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42년 간 숙원과제로 남아있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6일 5·18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262구 가운데 DNA 분석이 가능한 162구를 행방불명자 가족의 DNA와 대조한 결과 1구의 시신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정 확인된 인물은 전남 화순에 거주하던 만 23살 청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분석 중인 유골 2구도 다른 행방불명자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이 계엄군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암매장한 곳으로 지목돼 왔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광주교도소로 이송돼 온 연행자 중 사망자가 있었다’라는 장병들의 진술과 목격자 등을 통해 교도소 내·외부에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앞서 전두환은 생전 암매장 사실을 부인했다.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일어나지도 않은 무장한 시민군이 6차례에 걸쳐 교도소를 습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계엄군이 “시민들이 교도소를 습격했다”고 주장한 1980년 5월 21일 오후 7시 30분께 광주교도소 앞에서 4명이 총격을 당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광주에서 볼일을 보고 귀가하던 담양 주민으로, 계엄군에게 희생된 민간인을 교도소를 습격한 폭도로 둔갑 시킨 것이다.

5·18조사위는 이같은 의혹을 풀기 위해 옛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발굴작업을 수차례 벌였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땅속에 묻혀 있던 유골과 행불자로 인정된 5·18 관련자 DNA 정보가 일치하면서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향후 5·18조사위 활동에 관심이 더 쏠릴 전망이다. 5·18조사위는 오는 11월까지 유골 100여구에 대한 유전자 대조 작업을 마칠 방침이다. 이 유전자 대조작업에서 이번처럼 유의미한 결과가 또다시 나올 경우 신군부가 그동안 부인해온 ‘집단 암매장’도 부분도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행불자 유골 발견도 큰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가 더 중요하다는 게 5·18조사위의 설명이다.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행불자의 사망 경위, 연관성 등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5·18 조사위는 옛 교도소 발굴 유골의 DNA 분석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인 희생자의 사망 원인과 암매장 과정 등 행방불명 경위를 추적할 예정이다. 또한 STR(짧은 염기서열) 분석 기법으로 교차 검증을 해 해당 유골을 신원을 확정한 후 전체 1천800여개 뼈조각(262구) 중에서 나머지 부위에 대한 유골을 찾을 계획이다.

당시 군이 ‘사체처리반’을 운영했다는 조사 내용을 토대로 옛 교도소 일원뿐만 아니라 다른 계엄군 부대가 주둔했던 광주 외곽 민간인 학살사건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어떠한 사람도 죽지 않았고 암매장은 없었다는 등의 신군부의 주장이 완벽하게 거짓임이 밝혀졌다”면서 “어떻게 사망하게 됐고, 왜 여기에 매장돼 있고, 5·18민주화운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 앞으로 밝혀내고 검증해야 할 것이 더 많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를 계기로 인정받지 못한 행불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방불명자 신고 접수는 1990년부터 이뤄졌지만 증빙자료 부족 등으로 신고자 448명 가운데 78명만 행방불명자로 인정된 상황이다.

기념재단은 “전두환이 회고록을 통해 부인한 암매장 사실이 이번 광주교도소 발견 유골을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정부는 시민 학살을 은폐했던 과거에 책임지고 행방불명자의 명예 회복과 미진한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달 7일 국회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5·18 행불자 유골 최초확인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