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 찾아 고구마 잎만 살폈으나 허탕… 나팔꽃 무리서 발견
말려진 잎속에는 배설물만 ‘잔뜩’
샬레에 넣고 사육 8일만에 우화
애벌레에서 우화까지 과정 ‘뿌듯’

 

 

사진-1 고구마뿔나방애벌레(2022년 8월18일, 용산동)
사진-2 고구마뿔나방애벌레(2022년 8월18일, 용산동)
사진-3 고구마뿔나방애벌레(2022년 8월21일, 용산동)
사진-4 고구마뿔나방 번데기(2022년 8월22일, 용산동)
사진-5 고구마뿔나방(2022년 8월29일, 용산동)
사진-6 고구마뿔나방(2022년 8월29일, 용산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는 메꽃과 식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초본으로 감는 줄기가 먼저 떠 오를 것이다. 메꽃, 애기메꽃, 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둥근잎유홍초 그리고 미국실새삼 등이 있고, 겨울이면 호호 불어가며 먹는 고구마도 메꽃과의 식물이다. 어디를 가든 고구마밭이 보이면 유심히 살펴본다. 고구마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를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성이 부족했는지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고구마를 먹을 때도, 고구마순으로 만든 반찬을 먹을 때도 항상 그 생각을 하면서 쓴 웃음을 짓는다.

도감을 보면 고구마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소개되어 있다.고구마뿔나방이다. 이 녀석을 찾기 위해 고구마잎만 열심히 보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었다. 같은 메꽃과의 다른 식물에서 찾아 볼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어디를 가든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나팔꽃 무리, 발길을 멈추고 멋진 꽃들과 눈맞춤하며 잎들을 살펴 보았다면 진즉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름 열심히 나방들의 생태를 찾아 다녔다 으쓱했었는데 많이 부끄럽다.

2022년 8월 18일, 오전 10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엄청 덥다. 순찰 끝 구간인 용산교에 도착하면 15분의 휴식 시간이 있다. 시원한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살핀다. 그동안 자주 봐 왔던 애벌꼬리박각시는 알도 보이고 애벌레도 몇 개체 관찰된다. 같은 시기에 활동하는 벌꼬리박각시 애벌레도 찾아 봤지만 아직은 안 보인다.

광주천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나팔꽃들이 많다. 정교하게 말려진 잎을 열어보니 배설물만 잔뜩 있고 주인은 없다. 다른 잎들을 계속 열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어떤 녀석이 그랬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접혀진 잎들을 계속 뒤지다 보니 드디어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담기 위해 급하게 카메라 랜즈캡을 열고 앵글을 들이대려는데 녀석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순식간이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지금껏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풀 속으로 떨어진 애벌레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다른 잎들을 열어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엔 샬레를 밑에 두고 천천히 열어보니 도감에서 봤던 녀석이 배설물과 함께 있다. 가슴 2, 3마디와 1, 2배마디가 검은색이고 나머지 배마디에는 등에 검은색 2줄이 있고 마디마다 사선이 선명하다. 애타게 찾던 고구마뿔나방 애벌레다. 잎의 한쪽을 접어 붙이고 그 속에서 잎을 바깥 왁스층을 남기고 먹기 때문에 먹힌 잎들은 희끗희끗해 보인다. 증명사진을 찍고 바로 사육에 들어갔다. 녀석이 살았던 바로 그곳에 샬레를 두고 키우니 참 좋다. 하루 두차례 들러 관찰하며 새로운 잎을 넣어 주면 옮겨 다닌다.

2022년 8월 21일, 조심스럽게 말린 잎을 열어보니 녀석의 모습이 조금 변했다. 기다랗던 녀석이 통통해지고 색도 조금 노란색을 띠는 것 같다. 잎도 먹은 흔적이 전혀 없다. 번데기가 되려는 듯 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2022년 8월 22일, 용산동에 도착하자마자 샬레를 열고 말린 잎을 살짝 들어보니 마지막 탈피를 한후 노란색의 번데기가 되었다. 조금씩 움직이기도 한다. 정말 신기하다. 언제 우화할지 기대된다.

2022년 8월 29일, 샬레를 확인한다. 뭔가 부지런히 날개짓을 하고 있다. 드디어 우화한 것이다. 사진을 담으려는데 쉽지가 않다. 샬레를 잘못 열었다가는 날아가 버릴 것 같다. 방법은 단 하나. 집으로 데려와 냉장고에 잠시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 얼마전까지는 냉동실에 살짝 넣었다 꺼냈는데 허운홍 선생께서 냉장고에 한참을 넣어두어도 괜찮다고 알려 주셔서 그 방법을 써 보았다. 1시간 20분 지난후 꺼내보니 아직도 팔팔하다. 2시간 30분이 지나니 얌전해져 있다. 멋지게 증명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보통 약 12일만에 우화한다는데 녀석은 8일만에 우화했다. 앞날개에 작은 점무늬가 들어 있는 황갈색 원무늬 2개가 선명하다.

이렇게 고구마뿔나방 애벌레를 만나 무사히 우화까지 시켜 보니 뿌듯하다. 잘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 많은 애벌레들이 있을 것이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부지런히 찾아 보련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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