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경(더킹핀 대표이사/ 언론학 박사)

배미경(더킹핀 대표이사·언론학 박사)

지금 유니버시아드를 떠올리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한지 7년이 지났다. 하지만 2027년 충청권 유니버시아드대회 공동유치에 나선 대전, 세종, 충북, 충남의 시·도민들에는 막중한 현안이다. 대학스포츠의 세계 최강국으로 알려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유치 성공이 절박한 상황이다. 지금 광주는 대회의 유산을 논하고 있지만, 충청권은 대회 개최 여부를 논한다. 새삼스럽겠지만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광주의 유산전략은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미래 일 수 있다.

최근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선수촌 사용료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서 7년 만에 대회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회 유치에서부터 개최의 전 과정에 참여했던 관여자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저비용·고효율의 대회 운영으로 400억 원 이상을 아꼈다. 이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훌륭한 리더십과 마른 수건을 쥐어짜가면서도 좋은 대회를 만들고자 헌신했던 대회 운영자, 자원봉사자, 도시 관계자 등 많은 이의 노고가 남긴 선물일 것이다.

상기해 보면, 유니버시아드를 광주에 유치할 때 우리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광주가 가진 개최도시로서의 역량을 무기삼아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을 설득했다. 러시아 카잔과의 경쟁에서 한차례 패하고, 결국 재수 끝에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조금 오랜 이야기지만 2007년부터 시작한 대회유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마무리를 앞둔 상황에서 처음을 상기하는 것이 다음 길을 찾는 지혜를 줄 때가 있어서다.

광주가 ‘왜 국제스포츠대회를 개최했었나’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알려지지 않은 지방 도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 컸다. 도시 마케팅을 통해 방문객을 늘려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유니버시아드의 여정은 2017년 국제대학스포츠연맹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까지 10년간 이어졌다. 강산이 변한다는 상당한 세월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가 단순히 12일간의 경기대회 그 이상의 의미를 지역사회에 던져주는 이유일 것이다.

대회를 준비해온 10여 년 동안 광주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광주 간 KTX 조기 개통으로 교통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국제규격의 스포츠 경기장을 확보함으로써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2038년 아시안게임 개최까지를 바라볼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되었다. 광주를 잘 알지 못했던 국제 스포츠계에 글로벌스포츠도시로서의 명성도 쌓을 수 있었고, 지금도 많은 국제스포츠 관계자가 광주를 기억한다. 2015광주유니버시아드의 명성은 지금 2027충청권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광주유니버시아드가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이 모든 것이 광주유니버시아드가 남긴 레거시(유산)다.

영어에서 유산은 ‘레거시’와 ‘헤리티지’ 두 가지로 사용된다. 통상 ‘레거시’는 개인이 남긴 금전적 재산을 의미하며 주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이에 비해 ‘헤리티지’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유산을 의미하며, 받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다. 광주유니버시아드가 지난 10년 이상의 준비과정에서 광주 지역사회에 남긴 레거시는 이제 미래세대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헤리티지’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광주가 글로벌 스포츠계에 지속적으로 브랜딩 되면서 광주에 그 이익이 지속가능하게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스포츠 생태계를 잘 알고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전문적인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대회 참가자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12일짜리 대회로 끝낼 것이냐, 지난 10년 이상의 대회 레거시를 도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전환하느냐가 여기에 달렸다.

광주가 이룬 성과는 누군가가 열망하는 미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이미 밟아온 유니버시아드의 길이 충청권에는 현재이자 미래이듯이, 광주가 보여줄 ‘헤리티지 전략’ 또한 롤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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