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반도체특별위원장 패싱 논란
중장기 계획 부실·소극적 행보 도마
전국서 가장 적극적인 전남도와 대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양향자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가 전라남도와 민선 8기 상생 1호 협력사업으로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정작 광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별다른 접촉을 시도하지 않는 등 이른바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29일 국회와 광주시, 전남도 등에 따르면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광주·전남지역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가 균형발전 공약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광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오후의 글로벌 AI 콘퍼런스 행사에서도 “광주를 명실상부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다짐이 있었다.

그러나 사업 주체 중 한 곳인 광주시의 움직임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열린 3건의 반도체 특화단지 관련 주요 행사에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전도사가 된 양향자 여당 반도체 특위 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광주시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다가 정치적 부침을 겪으면서 여당인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이 된 양향자(광주 서구을·무소속) 의원에게 사업과 관련 조언이나 협조를 요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 관련 중장기 계획도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전남 반도체산업육성 추진위원회 출범식
민선8기 광주·전남 상생협력 1호사업인 광주·전남 반도체산업육성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27일 오전 광주데크노파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특히, 전국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기업과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앞 다퉈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는 양 위원장에게 별다른 접촉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광주시는 전남도와 함께 지난 27일 오전 광주에서 양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공동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그러나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은 초청하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광주상의 초청 반도체 조찬 특강을 위해 광주에 온 터라 초청받았다면 충분히 참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광주시는 지난 28일에서야 처음으로 양 의원실 측과 만나 사업 추진 상황 등을 담은 A4 용지 1장짜리 서류를 건넸다.

이에 양 의원 측은 광주시에 사업 세부 추진계획 등을 세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기정 시장이 광주발전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힘을 보태 달라고 읍소해도 모자랄 판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에 무소속이자 국민의힘 특위위원장을 맡은 양 의원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반면, 전남도는 김영록 지사가 직접 여당 특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만큼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김동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본부장 등을 전남으로 초청, 반도체 관련 공부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남도는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등에 수시로 연락하면서 사업 추진방향 등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민의힘 특위 위원 사이에서도 전남도가 가장 의지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향자 의원실 관계자는 “양 의원은 2016년 총선 출마 당시부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전장산업 등을 광주로 끌어오자고 주장해 왔다’”면서 “원주, 구미, 충북 등 타 지자체들이 반도체산업 유치를 위해 자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정작 광주시는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업 전략 없이 무조건 특화단지만 조성한다고 기업들이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인 접근보다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걸맞는 밑그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유치 의지라는 부분은 얼마만큼 많이 찾아 보냐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제(28일)부터 의원실도 찾고 오늘도 산업부를 방문했다”면서 “국민의힘 등 필요한 부분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범식 초청자로 국회의원은 검토를 하지 못했다”면서 “시에서도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화단지는 기업유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주부터 기업 유치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태 기자·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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