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모(호남대학교 대학원장)

김덕모 호남대학교 대학원장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한국경제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공격적인 통화긴축, 중국의 경기침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에너지값 상승 등 세계경제 위기의 먹구름이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진단하는 분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미국의 강달러의 여파로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와 아시아 시장에 과거 외환위기 수준의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하였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환율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짐 오닐도 ‘1달러당 150엔’선이 뚫릴 경우, 1997년 금융위기 수준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 한국 원화를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와 함께 가장 취약한 통화의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고강도 코로나 방역정책과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미국 등과는 달리 저금리정책으로 경기 부양책을 썼지만 당초 5.5%를 전망한 중국 국내총생산도 절반 수준인 2.8%로 경제 회복세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 때문에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러한 악재들이 겹치면서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위기를 금융적 측면과 실물경제의 측면에서 진단하고 있다. 먼저 금융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으로 환율은 1,400원선을 넘어 1,500원선을 향해가고 있고, 외국인의 주식매도로 코스피지수는 2,200선으로 후퇴하였으며 글로벌 긴축 우려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5조 원을 투입했음에도 국고채 금리가 4.5%에 달할 정도로 불안한 변동성을 보였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9월 무역수지 적자가 41억 달러 적자(9월 21일 기준)로 25년만의 6개월 연속적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온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5.7%), 철강(-21%), 석유화학(-15%)에서 가파른 수출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의 생산·투자의 위축과 1,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및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고 있다.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의 현실화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매우 낮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부가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외환보유고 규모가 과거와 다른 데다 세계 각지의 위기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대응 체계도 전보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기초여건(펀더멘털)이 건실해 동남아 국가와 같은 외환·금융시장의 위기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를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결국 IMF로 직행했던 25년 전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발언이 데자뷰로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우려이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은 2024년, 아니면 좀 더 긴 터널이 될 수 있기에 정부와 당국은 급격한 경기위축 방어를 위해 최적의 통화, 금융 정책을 펼쳐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협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말실수나 전임대통령의 감사문제 등의 정치공세와 정쟁으로 국민과 민생을 방치할 시간이 없다. 국가 경제의 존망이 달려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할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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