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하락에 전셋값도 떨어져
올해 광주 입주 예정물량 40% 과잉
집주인, 세입자 찾지 못해 ‘발동동’
이자 부담에 반전세 수요도 선호

 

광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 특정 가사와 관계 없음. /남도일보 DB

광주 봉선동에 사는 한모(48)씨는 새로운 아파트 계약을 앞두고 며칠째 전전긍긍이다.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 종료 3개월 전 집주인에게 재계약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지만 “세입자를 찾기 힘들어 전세금 돌려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계약 당시보다 보증금이 줄었을 뿐더러,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신규 수요자가 자취를 감췄다. 전세매물을 내놓은지 3주 가까이 되지만 관심을 보이는 세입자는 커녕 부동산에서 ‘호가를 더 내려보라’는 조언만 들었을 뿐이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대출 받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 계약일을 놓칠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최근 아파트값 하락흐름이 가속화 된 가운데 전세시장 침체도 본격화되면서 ‘역전세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이란 주택 가격 급락으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거나 신규 물량 증가로 전세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현상을 말한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당시 매물이 빠져나가고 전셋값이 폭등하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전세 가격 하락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직격탄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전세시장의 약세는 고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며 전세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 2년간 커진 부동산 상승폭에 아직 고점이란 인식도 한 몫 한다. 지속된 금리인상이 이어지며 전세 수요자들은 그동안 폭등했던 매매 및 전세의 하락장이 계속될 것이란 예측에 관망층으로 돌아섰다.

광주 지역의 경우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역대 최고 수준인 점도 전셋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향후 2년간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올해 광주지역의 경우 총 20개 단지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임대아파트 1곳 제외한 19개 단지 1만3천800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최다 물량으로 1만가구 정도를 광주시의 적정 입주 물량이라고 볼 때 약 40%정도 과잉이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반전세 수요도 늘어났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4%대로 인상되면서 대출금리가 월세전환이율(통상 3.5%) 수준보다 높아지자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새 임차인을 구하기 힘들어 평균 시세보다 2~3천만원 가량 낮춰 계약하거나 기존 세입자에게 오히려 전셋값을 시세보다 낮춰주는 사례도 많다”며 “반전세로 돌려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량 증가와 함께 당분간 금리 인상이 예고돼 전세시장 약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12일 빅 스텝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에 도달해 이자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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