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5명 검찰 송치…공사업체 임직원·감리·브로커 등 9명은 구속
불법 하청 구조 속 날림 철거, 관리·감독 소홀…총체적 부실 입증
참사 근본배경 된 짬짜미 입찰·‘복마전’ 재개발조합 비위도 규명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건물 붕괴 현장./뉴시스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책임·배경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1년 4개월여 만에 종료됐다.

광주경찰청은 약 500일 동안 수사를 거쳐 붕괴 참사를 둘러싼 직·간접적인 책임이 규명된 원·하청·불법 하청 공사업체와 재개발조합 관계자, 공정 별 정비업체, 브로커 등 35명을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원·하청 공사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5명, 입찰 담합·방해 등 조합 비위 연루 브로커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나머지 26명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학동 4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 구역 내에서 철거 공사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승객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와 다른 승객 등 8명은 다쳤다.

참사 직후 광주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광주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총 71명 규모인 전담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수사는 크게 붕괴 참사 직접 책임 규명과 배경으로 작용한 재개발조합 복마전 비위 등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됐다.

강력범죄수사대는 붕괴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 ‘주먹구구’ 철거 공정과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을 집중 수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주먹구구’ 철거 공정과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을 확인했다.

사전 검토와 철거 계획서 준수 없이 수평 하중(건물 뒤쪽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을 감안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철거 공정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감리와 원청 HDC·하도급 업체 안전 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원·하청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9명을 검찰로 넘겼다.

구체적으로 현대산업개발(현장소장·안전부장·공무부장) 3명, 하청사 ‘한솔’ 대표·현장소장 2명,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1명,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1명, 감리자 1명, 동구청 건축과 공무원 1명 등이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공정 감독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등 5명은 구속 송치됐다. 나머지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불법 하도급 철거업체인 백솔은 해체 계획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철거 공정을 진행했고, 이를 알고도 원청·하도급 업체 현장 관리자들은 안전 감독을 소홀히 했다.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아 주어진 책무를 다 하지 않았다. 건축공무원은 전직 공무원 부탁을 받고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감리자를 임의 지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현대산업개발·하청 다원이앤씨 관련 입건자 4명은 지난달 징역 2년·금고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 받았다. 하청·재하청 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도 징역 1년 6개월~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학동 4구역 재개발 각 철거 공정 별 불법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친분·이권을 매개로 계약 브로커들이 조합·시공사가 발주한 세부 철거 공정별로 ‘나눠 먹기’식 하청·재하청 계약을 맺고 조직적인 입찰 방해·담합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행위가 이뤄지면서 공사비가 대폭 줄었고, 결국 부실 철거로 이어져 붕괴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경찰은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알선 대가로 수 억원 금품을 주고받은 계약 브로커로 암약한 4명을 변호사법 위반,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브로커 중 1명인 문흥식(61)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은 참사 직후 해외로 출국, 인터폴 수배까지 내려져 90일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조합·관련 업체 관계자·석면 감리 등 5명도 불구속 입건, 검찰로 넘겼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등은 징역 2년~4년 6개월, 억대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원청업체의 입찰 방해, 하도급 업체 간 담합행위, 공사금액 부풀리기, 정비사업전문업체 배임 등 재개발사업 전반의 구조적인 불법 행위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각종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들 사이에 수 억원대의 금품이 오가고, 실제 공사 없이 지분만 챙기는 공사업체간 입찰 담합 행위를 확인했다.

또 학동 3·4구역 재개발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업체 대표가 청탁성 용역 발주, 납품 단가 부풀리기 등을 주고 받은 사실도 수사로 규명됐다. 시 소유 주택을 무허가인 것처럼 꾸며 잔여 입주 세대(보류지)를 나눠갖는 등 재개발 조합 비위 백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원청업체 관계자 1명, 조합 관계자 5명, 정비업체 2명, 하청업체 관계자 등 13명을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수사를 하고자 노력했다”며 “희생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광주경찰은 앞으로도 지역의 재개발사업 관련 비리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비리 사건은 엄정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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