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렇다고 여인의 옷까지 죄다 벗겨놓은 마당에 예서 말수는 없었다. 안공자는 풀이 죽어가는 자신의 그것을 여인의 두 다리를 애써 벌려놓고는 여인의 그곳에 그것을 마치 종잇장 구겨 넣듯 억지로 밀어 넣고 억지 춘향(春香) 격으로 정사(情事)를 시작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여인은 그저 목석같이 싸늘한 시체처럼 누워있기만 할 뿐 도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공자는 하는 둥 마는 둥 미적지근하게 하던 혼자만의 정사를 그만 그쳐 버리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상황이 끝난 것을 알아챈 여인이 부스스 일어나 어둠 속에서 옷을 찾더니 서둘러 입었다. 옷을 다 입은 여인이 갑자기 품 안에서 번쩍 날카로운 비수(匕首)를 꺼내 들더니 안공자를 노려보았다.

발가벗은 채로 이불 위에 앉아있던 안공자는 여인이 빼든 비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 비수 끝이 자신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꽃 같은 아내를 둔 안공자께서 어찌 남의 아내를 눈독을 들였소이까! 본시 상사병에 걸린 사내는 백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습니다! 그러나 두 집안의 좋은 관계를 위하여 이번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치욕을 참았습니다마는 추후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시에는 이 단도(短刀)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여인이 비수를 다시 품 안으로 거두더니 문을 열고 황급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안공자는 반쯤 혼이 나가서 한동안 말없이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이 무슨 창피인가? 아녀자가 있는 몸이 그것도 친구의 아내를 보고 넋이 나가 사경을 헤매었고 또 이런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하다니!’ 안공자는 자신이 꿈꾸었던 선녀 같은 이상향의 여인이 실상 만나고 보니 참으로 밋밋하고 허황(虛荒)한 망상(妄想)임을 깨닫고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치(羞恥)와 죄책감(罪責感)이 밀려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실상은 언제나 실망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세상에는 허다한 것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자가 부러워서 그것을 추구해 막상 그것을 가졌는데 가져놓고 보니 별것 아닌 것처럼, 내가 오르지 못한 곳에 오른 자가 부러워서 막상 그것을 추구해 오르고 보니 별것 아닌 것처럼, 친구의 아내를 보고 그 아내가 욕심이 나서 죽음에 이르도록 까지 갈망하였으나 막상 갖고 보니 참으로 허망하다는 것을 안공자는 뼈저리게 실감(實感)하였던 것이었다.

더구나 서로 충분한 애정교감(愛情交感)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무작정 사랑하여 그 육체를 강제적으로 탐닉하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곤욕스러운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던 것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이란 서로 마음과 정신이 함께 하는 사이에서 육체적인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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