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런 일이 있은 연후로 안공자는 나아가 자신의 아내가 이 세상의 어느 여인보다도 소중하고 훌륭하다는 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 이공자와 이공자 부인에게 했던 해서는 아니 될 짓을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얼마나 무모하고 창피한 일인가! 참으로 사람으로서 더구나 친구로서 못할 일을 했다고 수만 번 반성해본다 한들, 그리고 또 잘못을 뉘우친다 한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지나간 일이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절대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공자는 이공자를 볼 면목이 도무지 없어 변명을 구질구질 늘어놓으며 연락할 수도 없었거니와 또한 이공자가 사는 집 근처를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즈음 이공자는 김씨 부인과 함께 살면서 벼슬을 나가려는 것을 그만두고, 가난한 백성들의 식량증산(食糧增産)을 위한 각종 농작물 등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와 관리와 양반 지주와 백성들 간의 세금 문제를 연구하고 관계를 개선(改善)하는데 현장을 나다니며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저술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이공자는 관리가 되는 것보다도 김씨 부인의 권유에 따라 직접적인 백성들의 먹을거리 증진과 불평등한 제도 개선과 연구에 매진하였던 것이었다.

그새 세월은 십여 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안공자는 슬하에 자녀를 넷이나 두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자 안공자도 젊은 날 불꽃같이 일어나던 성욕(性慾)도 얼마간 사그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해 가을 어느 날 안공자가 대청에 앉아 오색단풍(五色丹楓)으로 물이 들어가는 먼 산빛을 감상(感想)하고 앉았는데 부인이 슬그머니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가을 하늘과 단풍이 참 아름답습니다. 부인!”

안공자가 멀리 눈을 들어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서방님, 봄날 연분홍 꽃이 피어 향기를 내뿜으며 연애 걸던 시절이 가고 그새 열매를 남기고 사라져 가버리는 하얀 서리 내리는 가을이 깊었습니다.”

안공자의 부인이 대청마루에 앉아 멀리 산과 하늘로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허허!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 하더니 우리네 인생도 그와 같지 않겠습니까!”

안공자가 허허롭게 말했다.

“그렇군요. 서방님……혹시 먼 옛날 사랑방에서 병을 고치던 날 밤이 생각 나시는가요?”

갑자기 안공자의 부인이 안공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그 그게 무무……무슨 말씀이요? 부인!”

그 말에 안공자가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서방님께서 사랑방에서 조용히 혼자 지내고 싶다는 그때 그 밤 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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