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에 작은 털 모양 돌기·사선 9개 선명
닥나무 잎에 거꾸로 메달린 채
열심히 잎 갉아 먹는 ‘애벌레’
중령 유충으로 머리·몸은 녹색
곡성 공사장 현장 주변서 발견
생태계 위협하는 현실 ‘아찔’

 

 

사진-1 닥나무(2020년 5월 2일, 고산봉)
사진-2 닥나무(2022년 6월25일, 시무지기폭포)
사진-3 닥나무각시애벌레(2021년 8월26일, 오곡면)
사진-4 닥나무각시애벌레(2021년 8월26일, 오곡면)
사진-5 닥나무각시(2015년 6월23일, 병풍산)
사진-6 닥나무각시(2015년 8월14일, 백양사)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뽕나무과의 닥나무를 먹고 사는 애벌레는 누구일까? 단식성으로는 닥나무박각시가 있고 협식성으로는 띠무늬들명나방, 황물결둥뚝날개나방, 대만들명나방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질 좋은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 열매는 저실(楮實)이라고 하여 자양강장 작용 등이 있어 한약재로 사용하였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치거나 쌀에 넣어 밥을 짓기도 하였다 한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가지를 꺾으면 소리가 나지만 닥나무는 유달리 ‘딱’ 소리가 커서 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후기 작자미상의 동언고락에는 닥나무를 꺾으면 ‘탁’하면서 소리가 난다고 적혀있다. 닥나무는 한지의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데 이것은 닥이 섬유질이 질기고 강하기 때문이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는 천년을 넘게 간다고 한다. 한지에는 재료에 따라 닥나무 한지 말고도 등나무껍질로 만든 등지, 귀리 짚으로 만든 고정지, 뽕나무 껍질로 만든 상지, 이끼를 섞어서 만든 태지, 소나무 껍질로 만든 송피지, 버드나무 잎으로 만든 유엽지, 율무로 만든 유목지, 목화를 섞어 만든 백면지, 갈대로 만든 노화지 등이 있다.

현재 쓰고 있는 ‘종이’라는 말은 ‘저피’에서 나왔다고 한다. 저(楮)는 닥나무를 말하며 저피란 닥나무 껍질을 뜻하는데 저피가 조비, 조해를 거쳐 종이가 되었다고 한다. 닥나무는 2~6m 정도로 자라며 수피는 갈색이고 좁은 타원형의 피목이 발달한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핀다. 비슷한 나무로 꾸지나무가 있는데 암수딴그루로 5월에 꽃이 핀다.

2021년 8월 26일, 곡성군 오곡면 연화리의 어느 임도길을 따라 애벌레를 찾아 나섰다. 바로 인근에 골프장 건설이 한창이다. 어디를 가나 골프장, 마음이 답답하다. 공사현장에서 흘러내리는 토사가 조그만 도랑을 타고 저수지로 흘러든다. 앞으로는 어찌될지 걱정이다.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곤충들은 분주하다. 닥나무잎에 거꾸로 매달려 열심히 먹고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머리와 몸은 녹색이고 작은 털 모양 돌기가 덮여있다. 가슴에서 꼬리까지 사선 9개가 선명하게 보인다. 닥나무박각시 애벌레다. 아직 중령 유충으로 보인다. 종령 유충은 배 아랫면 털 모양 돌기가 붉은색을 띠며, 숨구멍은 코발트색이 된다. 사선이 7개로 줄며 머리는 굵은 흰색 선으로 둘러진다.

먹이식물의 이름을 따서 국명을 붙이니 기억하기 참 좋다. 박각시인데 닥나무를 먹고 사니 닥나무박각시, 다른 나방들도 이렇게 이름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종 수가 많으니 결코 쉽지않겠지만 말이다. 8~9월 유충시기를 보낸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이듬해 5월 우화한다.

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야등에서 닥나무박각시를 처음 만났다. 어른벌레 앞날개에는 갈색과 쑥색 무늬가 있고 가운데에 흰 점무늬가 있다. 날개길이는 70~80㎜정도된다. 2015년 8월 14일, 백양사 주차장에서 다시 녀석을 만났다. 병풍산에서 만났던 녀석보다 훨씬 선명하다. 더듬이까지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박각시는 날개 편 길이가 37~143㎜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나방 중에서 큰 편이다. 밤에 불을 켜고 나방을 관찰하다 보면 다른 나방들도 다 그렇겠지만 특히 덩치가 큰 나방들은 움직임이 둔하다. 덕분에 사진으로 담기에는 좋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발로 밟을수 있고, 녀석들이 지쳐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들고양이나 새들의 먹이가 된다. 미안한 마음에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횟수를 줄이려 노력한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니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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