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 급증…초고령화사회 진입 대책 시급
노인 여가 활동 위한 정부 정책 여전히 미흡
신안군 경우, 경로당 400개 ·복지관 ‘전무’
연륙교 설치 환경 급변화 복지관 설치 당연
진도군 ‘섬복지 언택 시스템’구축과 대조

 

진도군노인복지관이 섬지역 노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중인 ‘섬복지 언택 시스템’의 한 장면./진도군 제공
진도군노인복지관이 섬지역 노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중인 ‘섬복지 언택 시스템’의 한 장면./진도군 제공

현대사회는 고도의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증가는 독보적이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7% 이상), 2018년에는 고령사회(노인인구 14% 이상)로 진입했고,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노인인구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프랑스는 40년, 독일은 36년, 일본은 11년이 걸렸고, 우리나라는 26년 만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노인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며 지금 살펴볼 신안군의 고령화 속도는 가히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9월 현재 신안군의 노인인구 비율은 36.35%이다. 주목할 것은 신안군의 노인인구 비율이 1996년 12.7%에서 2002년 20.2%로 증가하여 6년 만에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20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에 초고령화 사회가 예측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신안군의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인구 변화, 즉 인구 고령화는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 중 하나는 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많아지는데,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이 양육과 노동에 시간을 보내는 것 못지않게, 노인에게는 여가활동 시간의 비중이 높다. 노인의 여가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수준에서 평가할 때 여전히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소득보장, 건강, 돌봄 관련 정책들이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 노인의 여가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 중인 주요 정책이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운영이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은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이 있으며, 이중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 대표적이다. 경로당은 연면적 20㎡ 이상으로 소규모로 설치되며, 대체로 전문 인력 없이 10명 이상의 노인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경로당은 읍·면·동에 설치돼 노인들의 접근성 측면에서는 탁월하지만, 질적인 면을 고려할 때 노인들의 여가활동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노인복지관은 연면적 500㎡ 이상의 규모로 설치, 최소 7명 이상의 직원들이 배치되어 운영된다.여기다 7명의 직원은 직종별 자격 기준에 의해 선발된다.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관은 ‘노인의 교양ㆍ취미생활 및 사회참여활동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과 소득보장ㆍ재가복지, 그 밖에 노인의 복지증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노인복지관은 여러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직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경로당은 폐쇄된 반면, 천안시 소재 노인복지관은 유튜브 채널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하여 ‘홈(Home)복지관’, ‘집밥을 부탁해’ 등의 사회복지서비스를 계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노인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서, 민간법인에서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간기관의 유연성을 가지고, 공공기관의 정책을 직접 실현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지 못하는 노인복지 정책을 노인복지관이 지역사회 자원을 동원하고, 공공기관을 대리하여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신안군은 14개 읍·면 약 400개소의 경로당이 설치되어 있지만, 노인복지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전국 226개 지자체 중 노인복지관이 없는 지자체는 38개에 불과하다. 인근 목포시만 하더라도 4개소의 노인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목포시와 달리, 신안군이 노인복지관을 설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섬 14개로 구성된 신안군은, 정책적 효율 면에서 각 읍·면마다 노인복지관을 설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또한 섬지역에서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지역 특징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것은 신안군의 연도·연륙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몇 개의 읍·면을 제외하고 육지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압해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자은도의 노인들은 공동으로 노인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노인복지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경우, 신안군 주민들을 전문가로 양성하거나 압해도의 연륙교를 통해 타 지역의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다. 즉 신안군 노인복지관 설치의 주요 한계로 여겨졌던, 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인복지관 설치와 운영에 있어서 신안군이 참고해야 할 대표적인 지역은 진도군이다. 진도군은 현재 2개소의 노인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진도군노인복지관은 진도읍에 분관을 두고, 웨어러블 등의 스마트폰을 활용하거나, 본관의 전문가를 직접 파견하여 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언택 섬복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섬지역 노인들에게도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진도군노인복지관은 ‘섬복지 언택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여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최우수상을, 2022년에는 전라남도 치매관리사업 민·관 협력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아울러 진도이동복지관사업을 통해 진도군 지역의 경로당에 이동세탁서비스, 비대면 인지공예, 원예, 노래 교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신안군은 압해도, 도초면, 흑산도를 중심으로 최소 3개의 노인복지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 노인복지관을 통해 분관 설치 또는 이동복지관을 활용하면, 거의 모든 신안군 읍·면의 노인들이 품질 높은 노인복지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최정민(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