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김현덕 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0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운임지수는 일반적으로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때문 연속적인 운임지수 하락은 경기침체가 해운 시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현상은 아닌가 하는 위험신호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주요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해운 물동량이 감소하여 운임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CFI는 상하이 해역의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주요 항로의 단기 노선 운임을 반영한 지수이다. 지수의 시작 기준을 1000으로 설정하여 1000 이하일 때는 기준일보다 운임이 하락한 것이고 1000 이상일 때는 운임이 상승한 것이다. 운임지수가 2022년 10월 28일 기준으로 1697.65이니 2009년보다 운임이 약 1.7배 정도 상승한 것이다.

이러한 컨테이너운임지수는 2009년 10월 통계 집계 이후 2020년 상반기까지 1583.18포인트가 최고치였다. 그러다 2020년 9월부터 유례없는 상승을 시작하여 11월 27일 2000, 2021년 4월 말과 7월 말에 3000, 4000까지 상승하였고 급기야 올 1월 5109.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14일부터 우하향을 시작하여 6월 잠시 반등한 이후 6월 중순부터 가파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최고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무려 67% 급락한 것이다.

이처럼 저성장, 고금리, 고물가 등의 세계 경기침체로 SCFI 상승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해상 운임이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당분간 경기 및 물동량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비관적 경제 상황 예측을 통해 물동량 감소 가능성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선박이 부족해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던 호황기는 끝나가고 물동량이 감소하는 혹한기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신조선 계약 물량이 많아 신조선 공급에 따른 공급과잉도 해운업계의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주간 해운시장포커스’에 의하면 현재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은 7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해운사가 보유한 총 선대의 27.4%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0만 TEU는 2023년~2024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 3년 동안 해운산업은 이례적인 해상 운임의 가파른 상승으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해운선사들도 사상 최대 실적 속에 선박 공급량을 늘리며 호황기 정책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해상 운임이 급락하는 등 대외적 여건이 크게 급변하고 있다. 경기 혹한기의 서막을 알리는 경기침체 국면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급변하는 경기 상황과 운임지수 하락 추이에 해운산업의 위험신호를 감지하며 해운 시장의 동향에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중견·중소선사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양 선사를 포함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역내 항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선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글로벌 상생 협력 체계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 해운업계의 뼈아픈 교훈을 남겼던 한진해운 사태는 두 번 다시 겪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그 여파는 아직도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제2의 한진해운 사태 가능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장의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분석하여 선제적 정책 수립과 지원을 통해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해운 강국으로 성장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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