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과 삼청동에 차리면 좋을 것 같애.”

송숙미가 강대판에게 말했다. 강대판은 송숙미가 영업장 물색을 한 것으로 알고 간밤 서울로 올라왔다.

“그럼 두 곳의 장단점은 뭐요.”

“회현동은 명동이 가깝고, 명동은 유흥가지만 상업지대고, 회사들이 많은 것이 장점이에요. 단점은 깡패들이 들끓는 것이고구요 대산 삼청각은 정치인들과 장·차관, 법조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요. 대신 깡패들은 얼씬도 못하지. 다만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약점이 있죠.”

“누나가 직접 가본 적 있소?”

강대판은 양갈보 출신 송숙미를 사업 파트너로 알고, 연령상의 어른 대접을 하고 있었다. 송숙미는 강대판보다 다섯 살이 위였다. 송숙미보다 나이 많은 늙은 갈보들도 있었지만 그가 송숙미에게 대하는 태도는 완연히 달랐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새끼 마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새끼 마담은 아가씨들은 미모보다 피부가 깨끗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절대로 비밀 유지하고, 비밀 하나라도 새나가면 쥐도새도 모르게 간다고 했어요.”

“그럼 여자들을 어떻게 규합하죠?”

“목포 아이들 데리고 밀어붙여 보는 거야요.”

“서울이 녹록치 않은데, 걔들 데리고 오면 되겠소?”

“그럼 어디서 조달하려고요? 걔들도 몇 달 수양하면 개과천선하는 거구, 처녀막만 없다 뿐이지, 몇 달 몸 닦으면 처녀처럼 깨끗해진다니까요. 나만 믿어요. 100명 종업원 중에 열명만 차출해봐요.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아요.”

남산 밑 일제때의 적산가옥과 한옥 세 채를 빌려 일단 ‘동다’라는 영업장을 마련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허름한 집을 리모델링하고, 선전 팜플렛을 만들어 명동에 뿌렸다.

어느날이었다. 웬 낯선 청년들 십여명이 공사장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각기 각목과 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빠루와 괭이도 들었다.

“사장 나오라고 해라.”

지휘자인 듯한 청년이 뜰을 한식 정원으로 고치던 인부에게 명했다.

“우리는 누가 사장인지 몰라요. 시키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인부가 말하자 지휘자가 버럭 큰소리를 쳤다.

“그럼 감독관이 누구야?”

이 소리를 듣고 정봉필이 앞으로 나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정봉필은 낌새를 알아차렸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물었다.

“당신이 사장이야?”

“사장은 아니고 관리자입니다.”

“사장 나오라고 해, 자식아!”

“자식이라뇨? 남의 업장에 와서 무슨 짓입니까.”

정봉필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었다.

“뭐야? 사장이 안나오면 본떼를 보여주지. 애들아! 부숴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괴한들이 인부들을 한쪽으로 밀어붙인 뒤 닥치는대로 기물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박살내고, 마루짱을 도끼로 찍고, 벽을 발로 차 무너뜨렸다. 순식간에 집들은 폐가처럼 망가져갔다.

“이게 무슨 짓이오?”

“이새끼들, 여기가 어디라고 껍적대? 촌놈의 새끼들이 겁 없이 몰려들어서 업장을 차린다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왜 이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누구 허락받고 공사하는 거야. 니들이 누구 빽믿고 설치냐 말이야. 얘들아, 대드는 놈은 가차없이 밟아버려라.”

그러면서 지휘자가 정봉필의 멱살을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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